‘내 손안의 위성통신 시대’ 열리나… 미국 통신업체들 경쟁 치열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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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바일·애플, 통신망 구축 선언
위성망 기술, 한계 봉착 비판 제기

티모바일 CEO인 마이크 시베르트(왼쪽)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가 8월 25일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 위치한 스페이스X 스타베이스에서 위성과 휴대전화가 직접 연결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티모바일 홈페이지 티모바일 CEO인 마이크 시베르트(왼쪽)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가 8월 25일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 위치한 스페이스X 스타베이스에서 위성과 휴대전화가 직접 연결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티모바일 홈페이지

통신업계의 ‘위성통신’ 경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미국 업체들이 일반 휴대전화에서 위성통신을 사용하는 서비스를 발표하면서다. ‘내 손안의 위성통신’에 대한 기대는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제한된 기능 때문에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3G, 4G로 ‘전국망’을 촘촘하게 구축한 한국에서 초보적 위성통신 서비스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위성망 상용화 선언 잇따라

위성통신망을 일반 휴대전화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는 5G의 다음 세대 기술인 6G의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저궤도 위성을 사용하는 6G 기술은 아직 개념도 정의되지 않은 상태다. 통신 기술의 표준을 정하는 글로벌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는 최근 차세대 5G(5G-어드밴스드)의 표준정의서인 ‘릴리스(Release) 18’ 제정작업에 들어갔다. 아직 6G의 경우 ‘미래기술 트렌드 보고서’에 6G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AI 기반 서비스 등)을 소개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위성망을 휴대전화에 연결하려는 IT기업들의 노력은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애플은 최신 단말기인 아이폰14에 위성을 통한 긴급 구조 요청 기능을 탑재했다. 이동통신망 커버리지 밖에서 아이폰14를 통해 ‘긴급 SOS 문자메시지’를 위성망을 통해 발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성망을 이용한 아이폰14의 긴급 SOS 문자메시지 발송 서비스는 11월 iOS16 업데이트 이후 북미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앞서 미국 통신사인 티모바일은 8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공개 행사를 열고 일반 휴대전화 단말기에서 위성망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년 연말까지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위성망 서비스는 일단 문자메시지로 시작한 뒤 장기적으로는 음성 통화나 데이터 통신도 연결할 계획이다.

티모바일은 애플과 달리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로도 연결할 수 있는 위성망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위성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구매할 필요 없이 현재 사용하는 단말기로 연결되도록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티모바일은 이를 위해 자사의 중간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는 ‘위성 전용망’을 별도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티모바일, 애플 등 미국 업체들은 위성망을 통해 사각지대 없는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위성망을 이용하면 남미나 아프리카, 일부 아시아 국가 등 이동통신망 사각지대가 많은 지역에서도 ‘연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위성망 서비스, 현 단계선 한계 분명

그러나 최근 발표된 위성망 기술에 대해선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통사 ‘커버리지 밖’에서 ‘문자메시지’로 이용이 한정돼 일상적으로는 사용될 경우가 없어서다. 애플은 아이폰14의 긴급 SOS 메시지에 대해 “이통망(셀룰러망)이나 와이파이가 없는 지역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면서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북위 62도 이상 지역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날씨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위성 데이터통신’의 특성을 감안하면 위성망 휴대전화 역시 한계가 분명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일반적인 휴대전화가 10㎞ 안팎의 신호도달 범위를 갖고 있어 위성망을 사용할 경우 배터리 소모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티모바일이 일론 머스크와 손잡고 선보이겠다는 ‘기존 휴대전화 연결 위성망’에 대해선 의문의 시각도 있다. 일반 휴대전화의 미약한 신호를 탐지하기 위해 위성에 초대형 안테나를 달아야 하는 등 난점이 많아서다. “위성을 규제하는 미국 FCC가 스페이스X의 위성 디자인을 인가하지 않고 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이통망으로 전국 커버리지를 완성한 한국의 경우 사각지대 문자메시지 서비스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은 이통망 불통지역 비율 가장 낮은 나라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오픈시그널은 6월 전세계 10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휴대전화 불통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체 휴대전화 사용시간 가운데 ‘신호 없음’을 기록한 비율을 살펴본 결과 한국은 0.26%로 가장 낮았다. 반면 미국(1.09%), 프랑스(2.14%), 브라질(3.04%) 등 국토가 넓은 국가의 경우 이통망 불통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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