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국제영화제를 즐기는 법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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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영 문화부 차장

코로나19 딛고 3년 만에 정상화 개최
‘동네방네 비프’ 부산 곳곳 극장 변신
거장 감독·스타 배우 만나는 즐거움
각자 방식으로 영화 축제 만끽하기를

“그 분이 오십니다.”

다음 달 5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박선영 프로그래머는 스타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 방문 소식을 이렇게 전했다. 양조위는 2004년 개막작 ‘2046’으로 BIFF를 찾은 지 18년 만에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레드카펫을 밟는다.

양조위의 팬이라는 한 후배는 “올해는 양조위 영화에 예매를 올인 하겠다”며 ‘광클’(미친 듯 클릭한다는 의미)의 각오를 다졌다. 또 다른 후배는 “진짜 양조위 오는 거 맞아요, 선배? 저 정말 한 번 보고 싶어요”라며 공공연히 인터뷰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1962년생인 양조위의 나이는 올해 만 60세다. 하지만 그의 인기는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다. 갓 대학을 졸업한 BIFF의 한 스태프도 “영화 ‘중경삼림’에서 그의 등장 신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중경삼림’은 1995년 영화다. 그러나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잇따라 극장에서 재개봉 하면서 MZ세대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는 후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딛고, 3년 만에 완전 정상화 개최에 나서는 BIFF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탓에 관람석의 50%만 판매했지만, 올해는 좌석을 100% 운영한다. 부산을 찾는 거장 감독과 스타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밤새워 영화를 보는 ‘미드나잇 패션’과 같은 프로그램도 재개된다. 코로나19 탓에 관객이 장시간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는데, 올해는 3편의 영화를 연달아 감상하는 극한 체험을 다시 할 수 있다. 담당 프로그래머는 지루하거나 졸릴 틈이 없도록 관객들을 끊임 없이 놀래킬 만한 호러와 코미디 영화를 고심해 준비했다.

영화의전당 일대에 푸드 트럭도 등장할 예정이다. 퇴근이 늦은 직장인들도 간단히 배를 채우고, 영화제를 즐길 수 있다. BIFF 홍보팀 관계자는 “개·폐막식 입장권이 빨리 매진되다 보니 영화제 관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 상영작의 경우 현장에서도 남은 티켓을 구할 수 있다”며 “표 구하기 힘들다는 이미지가 강화돼서 요즘은 ‘몇 분, 몇 초 만에 매진’ 같은 자료는 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굳이 영화의전당까지 찾아오지 않고도 집 근처에서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지난해 처음 시도한 ‘동네방네 비프’ 행사가 확대돼 올해는 시내 16개 구·군 전역, 총 17곳에서 가을 밤 상영회가 진행된다. 범어사부터 차이나타운까지 부산 곳곳이 극장으로 변한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에서 공개를 앞둔 화제작을 대형 스크린에서 미리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지난해 신설된 ‘온 스크린’ 섹션 초청작이 올해는 9편으로 늘었다. ‘욘더’(이준익 감독)의 한지민을 비롯한 인기 배우들이 부산을 찾아 관객과 인사를 나눈다.

높아진 K무비, K콘텐츠의 위상도 확인할 수 있다. 박성호 BIFF 동남아 담당 프로그래머는 “보통 아시아나 남미의 성공한 감독들은 할리우드 진출이 꿈이고, 중동이나 아프리카 감독들은 프랑스에 가서 영화를 찍고 싶어했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해외 감독들이 한국에 와서 작업을 해보고 싶어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브로커’로 한국 제작진과 협업을 하는 등 한국영화계가 확장하고 있다. 올해 BIFF에서도 싱가포르 허슈밍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영화 ‘아줌마’, 일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한국에서 연출하는 첫 시리즈물인 ‘커넥트’를 감상할 수 있다.

〈부산일보〉가 주최하는 부일영화상 시상식도 BIFF 기간 중인 다음 달 6일 열린다. 1958년 출범한 국내 최초의 영화상으로, 공정성과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부일영화상이 올해는 어떤 작품과 영화인에게 상을 줄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지난해 봉준호 감독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함께했던 ‘스페셜 토크’처럼 눈에 띄는 큰 행사가 없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허문영 BIFF 집행위원장은 “올해 봉준호 감독은 못 오지만, 알랭 기로디를 비롯한 거장 감독을 만날 수 있다”며 “기로디는 현존하는 감독 중 단연 최고라고 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로디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를 듣고, 양조위와 함께 그가 선택한 영화를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은 영화제가 아니면 할 수 없다. 강릉영화제와 평창평화영화제 같은 일부 영화제의 행사 중단 소식이 들려와 안타까움을 더하는 올해, 더 많은 시민들이 BIFF에 참여하길 기대해 본다. 각자의 방식으로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를 즐기고, 미흡한 점이 있다면 애정 어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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