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 식수원 물금 COD, 국내 수질 중 최악인 ‘6등급’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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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 부산의 염원] 2. 낙동강 하류 수질 얼마나 나쁜가

mL당 남조류 세포 수 1만 개 넘겨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 기준치 7배
고도정수해도 소독부산물 증가 위험
유해 화학물질은 조사조차 못 해
수변 구역 확대 등 적극 대응 절실

지난달 1일 부산의 주요 식수원인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취수장 일대 낙동강 유역이 녹조현상으로 초록빛을 띠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달 1일 부산의 주요 식수원인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취수장 일대 낙동강 유역이 녹조현상으로 초록빛을 띠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올 8월 8일 부산 식수원인 낙동강 물금 지점의 수질 단위 중 하나인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 추정치는 11.6mg/L이다. 국내 수질 1~6등급 중 가장 오염이 심각한 6등급에 해당한다. 물고기는 살 수 없고, 원칙적으로는 공업용수로도 쓰기 힘든 폐수 수준의 물이다. 맑은 물을 곁에 둔 이들은 경악하겠지만, 낙동강 하류 시민들에겐 이런 물을 정수해 마시고 씻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더 강력해진 녹조의 습격

올 1월 서울시는 ‘조류 발생 예측 시스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강 취수원에 남조류가 번식하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서울의 취수원 팔당호의 경우 2018년 8월 마지막으로 조류 경보가 발령됐다. 당시 조사에선 남조류 세포 수가 mL당 1329~1980개를 오갔다. 올해엔 최대 개체수가 359개였으며, 조류 경보는 없었다

낙동강 하류 주민 입장에선 mL당 수백 개의 남조류에도 놀라는 서울의 상황이 부럽기만 할 뿐이다. 낙동강 물금·매리 지점은 올 6월 13일부터 8월 17일까지 2개월간 16차 조사에서 mL당 남조류 세포 수가 줄곧 1만 개를 넘겼다. 그중 7차례는 10만 개를 초과했다. 8월 8일엔 개체 수가 44만 7075개였고,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은 7.7μg/L로 기준치 7배를 넘었다. 일각에선 부산의 수돗물 수질을 질타하지만, 오히려 이런 원수로 기준치를 통과한 수돗물을 만들어낸 것 자체가 경이로운 수준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도정수로 녹조 등을 제거한들 트리할로메탄 등의 소독부산물 증가로 물의 건강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올여름 녹조 사태는 낙동강 하류가 불안한 상황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상고온과 가뭄 등이 녹조 대란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며, 최근 추세를 보면 향후 비슷하거나 더 악화된 형태의 위기가 정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4대강 보의 녹조 실상을 주로 고발하던 환경단체들도 올여름을 기점으로 식수 문제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보이지도 않는 오염 물질

녹조는 수많은 수질 위협 요소 중 하나이며, 그나마 관찰이 쉬워 직관적으로 위협이 인식된다. 반면 부영양화에 따른 유기물이나 산단 등에서 배출되는 유해 화학물질은 보이지 않아 위협이 과소평가되기도 한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물금 지점의 연평균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는 6.2mg/L, TOC(전유기 탄소)는 4.2mg/L였다. 이는 3등급 수질에 해당하는 값이다. 3등급 물은 일반적인 정수를 하더라도 공업용수로만 쓸 수 있고, 생활용수로 쓰려면 반드시 고도처리가 필요하다. 반면 지난해 팔당댐 수질(COD 3.6mg/L, TOC 2.1mg/L)은 1등급에 해당하는 등 낙동강을 제외한 다른 취수원들은 대부분 1~2등급을 유지한다.

그나마 3등급도 연평균일뿐 도저히 식수를 쓰기 힘들 정도의 수질을 기록하는 날들도 잦다. 지난해 8월 11일 검사에서 물금 지점은 COD 9.9mg/L, TOC 7.7mg/L를 기록했다. 5등급 수질로 특수처리를 해야 겨우 공업용수로 쓸 수 있는 수준이다. 물금 취수원엔 일 년에 몇 차례씩 4~5등급 수질의 원수가 들어온다. 특히 올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COD 추정값이 7mg/L를 넘겨 줄곧 4등급 이상이었다. 7월 12일과 18일엔 9mg/L(5등급) 이상이 나왔고, 8월 8일엔 11mg/L(6등급)를 초과했다.

물금의 수질이 나쁘다는 건 결국 부산 취수장에 탁하고 오염된 물이 공급된다는 뜻이다. 낙동강은 생활하수 유입이 많은 편이라 각종 유해 미생물이 서식하기 좋고, 낙동강 중상류의 산단에서 인위적 화합물 유입도 잦은 것이 주된 이유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계속되는 녹조 발생, 축산 분뇨 오염, 난불해성 화합물 유입 등 낙동강 하류는 오염에 취약한 구조”라며 “수변 구역 확대, (오염 시설의)무방류 시스템 도입 같은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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