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백신 접종 후 뇌 질환, 정부가 보상해야”… 피해자 첫 승소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AZ 백신 맞고 진단 30대 소송
서울행정법원, 원고 승소 판결
질병청, 판결 불복해 항소 제기
소송 9건 진행 중… 영향 예고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관계자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백신피해 관련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및 질병관리청장 직무유기 형사고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관계자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백신피해 관련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및 질병관리청장 직무유기 형사고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뒤 뇌 질환 진단을 받은 피해자에게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과 뇌 질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법원은 백신 투여 이틀 만에 이상반응이 나타났고 접종 전에 기저질환이 없었던 점을 주목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20일 30대 남성 A 씨가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을 둘러싼 소송에서 피해자가 승소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A 씨는 지난해 4월 AZ 백신을 접종한 지 하루 만에 열이 나고 이틀 뒤에는 어지럼증과 다리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은 백신 접종자인 A 씨에게 이상 반응이 발생했다고 보건소에 신고했고, 추가 검사 끝에 뇌내출혈과 대뇌 해면 기형, 단발 신경병증 진단을 내렸다.

A 씨의 가족은 진료비 337만 원과 간병비 25만 원의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리 끝에 ‘질병과 백신 접종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질병관리청은 A 씨의 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 영상에서 해면상 혈관 기형이 발견됐고, 다리 저림은 해면상 혈관 기형의 주요 증상인 점에 비춰볼 때 예방접종과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질병과 예방접종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린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예방접종 전에 매우 건강했고 신경학적 증상이나 병력도 전혀 없었다”며 “예방접종 다음 날 두통과 발열 등 증상이 발생했는데, 이는 피고가 백신 이상 반응으로 언급했던 증상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원고에게 해면상 혈관 기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MRI 결과 확인됐으나 정확히 언제 발생한 혈관 기형인지 알 수 없고 예방접종 전에 그와 관련한 어떤 증상도 발현된 바 없었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추가적인 소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항소를 제기했다”며 “의학적 근거와 백신의 이상반응 정보에 대해 여러가지 제도적 절차에 기반해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과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은 이 건을 포함해 모두 9건이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의 피해보상 관련 소송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백신 피해와 관련해 국가상대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질병청장을 직무유기로 고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