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 엘리자베스 여왕 영면하자 ‘분열’ 조짐 보이는 영연방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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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 등 카리브해 국가들
입헌군주제 폐지 움직임 본격화
호주도 군주제 폐지 논의 일어
약탈 다이아몬드 반환 논쟁도

19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장례식을 마친 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포차에 실려 버킹엄궁 인근 거리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장례식을 마친 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포차에 실려 버킹엄궁 인근 거리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최장 재위 군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일(현지시간) 영면하면서 ‘약한 고리’였던 영연방의 균열이 본격화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외신들은 여왕에 대한 공식 애도 기간이 끝나면서 ‘영연방 미래’를 둘러싼 논의가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추모 열기에 가려져 있던 연연방 국가들의 연방 탈퇴, 공화국 전환 움직임이 속도를 낼 것으로 봤다. 영연방은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독립국 56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1952년 즉위 후 영연방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여왕이 서거하면서 식민 지배의 산물인 영연방의 결집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미 바베이도스, 자메이카, 바하마 등 카리브해 국가에서는 영국 왕을 섬기는 입헌군주제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바베이도스는 지난해 독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을 뽑았고, 자메이카에서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6%가 군주제 폐지에 찬성했다.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는 여왕 서거 사흘 만에 “주권 국가임을 확실히 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라며 공화국 전환에 대한 국민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에서는 과거 노예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영국에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영연방 국가에서도 영연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온다. 남아공 출신 작가 시포 흘롱과네는 “오늘날 빈부격차는 대체로 인종에 의해 나뉘었고, 영국인과 그 후손이 여전히 남아공 광산 산업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호주에서도 여왕 서거를 계기로 군주제 폐지 논의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대영제국 시절 가져간 보석을 반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아프리카의 거대한 별’로 불리는 컬리넌 다이아몬드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컬리넌 다이아몬드는 1905년 남아공 백인 소유의 광산에서 발견돼 현지 정부가 사들였다. 이후 영국 에드워드 7세 국왕의 생일 때 ‘선물’ 형태로 영국에 건너갔다. 남아공은 식민 지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반출 거래 자체가 불법이었다며 반환을 요구한다. CNN에 따르면 컬리넌 다이아몬드를 남아공으로 가져와 전시해야 한다는 탄원서에는 6000여 명이 서명했다.

이승훈 기자 ·일부연합뉴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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