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고비 넘긴 에어부산, 환율 상승·주가 하락 ‘난기류’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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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세 번째 유증 부정적 시각 극복
아시아나 등 기존 주주 대부분 참여
22~23일 일반 청약 거쳐 내달 7일 상장
고환율 지속 자본잠식률 60% 육박 전망
주가 하락세에 재무상태 개선 악영향도

에어부산의 앞날이 ‘산 넘어 산’이다. 당초 유상증자에 반대 의사를 보였던 부산지역 구(舊)주주들이 유증에 참여하며 한 고비를 넘기는가 했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재차 자본잠식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노선 정상화 여부가 위기 탈출의 최대 키워드로 꼽힌다.

20일 부산시와 에어부산 등에 따르면 에어부산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 일정이 19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됐다. 그 결과 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42.8%)을 비롯해 대부분의 기존 주주가 청약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아시아나 다음으로 주식 비중이 큰 부산 지역기업(부산시+7개 지역기업, 총 16.37%) 중 상당수는 유증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지난 2년 새 3번째 진행되는 유증에 지친 기존 주주 입장에선 반복되는 유증에 대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컸기 때문이다. 기존 주주가 유증에 불참할 경우 신주 상장 이후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들의 유증 참여가 유증 성공의 관건이었다.



그런데 청약 결과 기존 주식 비중이 1%가 채 되지 않는 부산롯데호텔을 제외한 나머지 부산 주주사(부산시 포함)는 모두 유증에 참여했다. 특히 이들 중 4곳은 추가신청(기존 주식비율보다 더 많은 주식을 신청하는 것)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신청분이 모두 받아들여질 경우 유증을 포기한 부산롯데호텔 지분을 고려하더라도 부산 주주사들의 주식 비중은 유증 이전에 비해 소폭 상승할 수도 있다.

유증에 참여한 한 기업 관계자는 “당초 유증 방식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에어부산이 계속 부산지역 항공사로 남아 주기를 희망하는 지역기업인으로서 우선 회사부터 ‘살리고 보자’는 판단에 유증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산 주주사들이 에어부산 유증에 적극 참여하면서 사실상 유증의 가장 큰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어부산 유증은 22~23일 일반 공모청약을 거쳐 다음 달 7일 신규 상장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다만, 순조로운 유증 진행에도 정작 에어부산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유증을 결정했던 5월 말 당시 에어부산은 이번 유증으로 재무 상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인한 해외여행 수요의 회복에 대한 기대도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례적인 환율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크게 늘면서 에어부산의 재무 상태는 오히려 나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달까지만해도 유증의 영향으로 에어부산의 연말 자본잠식률은 2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 134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그러나 환율은 이달 15일 1399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20일 현재 소폭 내린 1391.5원에 마감했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20일 환율인 1391.5원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에어부산의 자본잠식률은 59.1%에 달한다. 이를 50% 이하로 낮추기 위해서는 약 75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에어부산은 전했다.

게다가 주식시장의 침체로 연일 주가가 하락하면서 유증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당초보다 줄어든 것도 재무 상태 개선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어부산 유증이 결정됐던 5월 말 당시 에어부산은 유증으로 인한 신주 발행가액을 4600원, 전체 유증 규모를 2001억 원으로 예상했다. 유증을 통해 2000억 원이 넘는 돈이 새로 회사에 투입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주가 하락으로 신주 발행가액은 2575원, 전체 유증 규모는 1339억 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최초 예상보다 3분의 1 가량 줄어든 규모다.

이처럼 위기가 좀처럼 극복되지 않자 유증이 채 마무리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또 한번의 추가 자금 조달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에어부산 내부에서도 환율 상승 기조가 지속돼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을 경우를 대비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영구채 발행 등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에 대해 에어부산 관계자는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을 경우 추가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고, 조만간 일본 자유여행 규제가 풀리면 에어부산의 강점인 일본 노선 활성화로 재무 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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