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준비 거부한 여직원에 “그만두라” 괴롭힘…새마을금고 손배 패소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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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에 책상 두고 홀로 근무, 9배 많은 업무 지시
노조 가입하자 탈퇴·경위서 지시…적응장애 등 진단

부산지법. 부산일보 DB 부산지법. 부산일보 DB

부산의 한 새마을금고 여직원이 동료 직원들의 점심 준비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사직을 권유받고 골방에서 홀로 근무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새마을금고가 위자료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5단독 신민석 부장판사는 21일 전국새마을금고 노동조합과 여직원 A 씨가 부산의 한 새마을금고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신 판사는 부당노동행위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해 새마을금고가 노조에 500만 원, A 씨에 임금·위자료 명목으로 2856만 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2013년 계약직으로 입사한 A 씨는 2018년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지점에 배치됐고, 그때부터 직원 7명의 점심식사 준비를 담당했다. 2019년 4월 A 씨가 이사장과 전무에게 점심 준비를 못 하겠다고 말하자, 전무는 A 씨에게 사직을 권유했다.

사직을 권유받은 이튿날 A 씨는 노조에 가입했고, 이 사실을 통보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자 이사장은 “노조 같은 거 우리는 절대 허용 안 한다”며 탈퇴를 권유했고 경위서 작성도 지시했다.

이후 사측은 A 씨에게 기존 3가지 업무보다 훨씬 많은 27가지 업무를 부여했고, 매일 연구과제라는 명목으로 업무 방법서나 본인의 첫인상, 고쳐야할 점 등에 대해 자필로 6장 이상 적을 것을 강요했다.

또 A 씨는 2019년 10월 사측의 지시에 따라 소형 금고가 있는 골방(가로 3m 세로 2m)에 책상을 두고 혼자 근무하게 됐다. 감금된 듯한 압박감을 느낀 A 씨는 경찰에 신고해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방에서 나왔으며 이후 스트레스로 인한 적응장애, 우울장애, 공황장애 등을 진단 받았다.

신 판사는 “피고의 부당노동행위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A 씨가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위자료와 연장근로수당, 구제신청사건 선임료 등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노조 역시 단결권 등이 침해돼 위자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A 씨가 요구한 치료비 상당의 손해배상, 부당대기발령·정직처분 기간의 미지급 임금, 학비보조금 등에 대해서는 사측이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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