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입사 2년 차 때 전 세계 포워딩업계 지위 격상에 앞장섰죠”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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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스타그룹 김현겸 회장

피아타 세계총회 공로상 수상
‘포워더 발행 선하증권도 효력’
33년 전 국제기구 유권해석 받아내

팬스타그룹 김현겸 회장. 이재찬 기자 chan@ 팬스타그룹 김현겸 회장. 이재찬 기자 chan@

“포워딩 업계의 판도를 바꾼 선하증권 유권해석 요청을 고작 입사 2년 차 20대 사원이 했을 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최근 열린 최대 규모의 국제물류 행사인 피아타(FIATA) 세계총회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 이야기다.

김 회장은 1989년 국제상업회의소(ICC) 질의 등을 통해 복합운송 주선인(포워더)이 발행한 선하증권(FIATA B/L)이 선사의 해상선하증권(마린B/L)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는 유권해석을 이끌어 내 포워더 지위 격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포워더란 선박 등 운송수단을 보유하지 않고, 화주와 운송수단을 연결해 수출입 화물 등 운송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진행하는 회사를 말한다.

2022년에 1989년의 이야기가 다시 소환된 것은 현재 부산지역 3000여 개 포워더 회사의 탄생에 김 회장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1989년은 김 회장이 포워더 회사에 입사한 지 불과 2년이 채 안 된 시점이다. 당시 그는 한국무역협회 연수원에서 열리는 강좌를 듣던 중 선사가 발행한 선하증권만 은행이 효력을 인정하고, 포워더가 발행한 증권은 그러지 않는다는 데 의문을 가졌다. 당시 신용장규칙에 이와 같은 부분이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용장을 거래하는 데 발행한 증권의 수리 여부를 두고 해운업계와 은행 등 관련 기관들의 마찰이 잦았고, 시간이 돈인 운송업계에서 이같은 서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은행들은 보수적으로 포워딩 회사를 실질적인 운송사의 자격으로 보지 않아 포워딩회사에서 발생한 증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당시 연수원 교수와의 상의 끝에 이같은 내용을 한국무역협회 이름으로 국제기구에 유권해석을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분쟁이 오갔던 이 규칙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3개월간의 끈질긴 질의와 제소 끝에 ICC(국제사업회의소)로부터 포워더가 발행한 선하증권도 효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한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냈다. 그는 “이 같은 해석은 전 세계의 선사들과 포워더 회사들에 공유됐다. 이 유권해석으로 전세계 포워더들의 지위자체가 올라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노력으로 포워더가 실질적 운송사의 자격을 확보하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포워더 회사가 많이 생겨났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김 회장을 창업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는 입사 2년 차에 회사를 그만두고 자체 선박을 보유한 회사를 차렸다. 그는 “배를 보유하지 못한 포워더사는 물건이 넘치면 화주의 요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그래서 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증권 유권해석을 비롯해 국내 첫 크루즈 사업, 부산~오사카 항로 개척 등 그동안의 성과들이 모두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평택~일본 항로 개설, 국내 최초 호화 크루즈페리 건조 등의 사업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업계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팬스타그룹 김현겸 회장. 이재찬 기자 chan@ 팬스타그룹 김현겸 회장. 이재찬 기자 chan@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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