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동 살인사건'은 계획 범죄…가해 남성 1심 무기징역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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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징역 30년…방조 아닌 살인 공범 판단
“피해자 넘어뜨려, 손가락 가리키며 범행 확인”
아파트 대출금 해결해주지 않으면 살해키로 공모

지난 3월 4일 50대 부부가 피살된 부산 북구 구포동 사건 현장. 부산일보DB 지난 3월 4일 50대 부부가 피살된 부산 북구 구포동 사건 현장. 부산일보DB

부산 북구 구포동 50대 부부 흉기 피살사건(부산일보 3월 4일 자 8면 등 보도)의 가해자인 30대 남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계획된 범행’이라는 사실을 인정해 공범임을 부인한 50대 여성에게도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진혁)는 21일 오후 이른바 ‘구포동 살인사건’의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30대 남성 A 씨와 50대 여성 B 씨는 모자 관계로, 올해 3월 2일 오후 4시 40분께 구포동 주택가에서 50대 부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 과정에서 B 씨는 “아들인 A 씨가 피해 여성에게까지 해를 가할 것을 우려해 피해 여성을 구하려고 잡아당긴 것”이라며 공동정범임이 아닌 방조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의 범행을 막으려고 했다면 피해 여성을 붙잡아 넘어뜨리는 것이 아닌, 흉기를 든 A 씨를 막아서는 모습이 일반적이나 그런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A 씨가 흉기로 피해 여성을 찌르자 주위를 돌며 범행 장면을 확인했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범행을 더욱 확실히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와 B 씨는 범행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카카오톡 등을 통해 아파트 대출금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면 피해 남성을 살해해야 한다며 공모해왔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게다가 A 씨는 범행 전날 밤 지인에게 연락해 ‘작업을 하나 하려 한다’며 범행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는 피해 남성이 아파트 대출금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살해하기로 한 ‘묵시적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피해자가 금전적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낮에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참혹하게 살해했다. 유족은 평생 치유하기 힘든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하며 피고인들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건의 피해 여성은 사건 발생 당일 두 차례에 걸쳐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했으나 끝내 참변을 당했다. 경찰은 흉기 관련 신고가 있었던 1차 출동 때 집 앞으로 나온 A 씨의 몸을 수색했으나, 흉기가 발견되지 않자 양측을 떼어 놓는 분리조치를 한 뒤 철수했다. A 씨는 경찰이 2차 출동한 이후에도 분리조치만 한 이후 자리를 뜨자 이내 집으로 뛰어가 흉기를 가져나온 뒤 이들 부부를 살해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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