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 부산의 염원] “낙동강 1km 떨어진 아파트 옥상 대기서 녹조 독성 물질 검출”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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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조사 결과
대동선착장 등 강 주변 모든 지점
발암 물질 마이크로시스틴 포집
상당히 넓은 구역까지 영향 의미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등은 21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주변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재찬 기자 chan@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등은 21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주변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재찬 기자 chan@

낙동강에서 1km가량 떨어진 부산의 한 아파트 옥상의 대기에서도 녹조 독소 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에어로졸 형태로 전환된 녹조 독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이동해 상당히 넓은 구역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등은 21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주변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국회, 경남도청, 대구시청 등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조사는 김태형(창원대)·이승준(부경대)·신재호(경북대) 교수팀이 공기 중 남세균을 포집해 그 남세균의 독성을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조사 대상지는 경남 김해시 대동선착장, 대구 화원유원지 등 낙동강 인접 지점이었으며 대기 포집은 지난달 말 이뤄졌다.

조사 결과 모든 지점의 공기에서 남세균이 만들어내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독성, 생식 독성을 일으키며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공기 중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기준은 없기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미국 뉴햄프셔주 강 주변 공기의 최저치와 비교했다. 2015년 미국 뉴햄프셔주 강 주변 공기에서는 0.013~0.384 ng/㎥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1ng(나노그램)은 10억 분의 1g을 의미한다.

지난달 22일 김해 대동선착장 배 위에서는 6.8ng/㎥(뉴햄프셔주 강 최저치의 523.0배), 선착장 작업장에서는 5.4ng/㎥(415.3배)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검출량이었다. 반면 날씨가 흐렸던 같은 달 30일 대동선착장 공기 중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은 0.19ng/㎥로 줄었으나, 역시 뉴햄프셔주 강 최저치보다는 14.6배 큰 규모다.

이밖에도 부산 삼락생태공원에서 0.20ng/㎥(15.3배), 창원시 본포생태공원 4.69ng/㎥(360.7배), 대구 화원유원지는 3.68ng/㎥(283배), 대구 낙동강 레포츠밸리에서는 0.28ng/㎥(21.5배)가 검출됐다. 또 지난 2일 경남 합천군 덕곡저수지의 주변에 있는 마을회관에서 0.1ng/㎥(7.69배), 마을정자에서 2.4ng/㎥(184.6배),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주차장에서 1.7ng/㎥(130.7배)의 검출량이 기록됐다.

특히 8월 30일 낙동강에서 1.17km 떨어진 부산의 한 아파트 18층 옥상의 대기를 포집해 분석한 결과 1.88ng/㎥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공기를 타고 마이크로시스틴이 1km 이상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낙동강네트워크 등은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소는 피부 독성, 경구 독성, 흡입 독성을 모두 갖고 있으며 (에어로졸 형태로 인한) 흡입 독성의 위해성은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시스틴 외 또 다른 남세균 독소인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BMAA)도 검출됐다. 이번 조사에서 BMAA 분석은 대동 선착장 인근의 유람선 선착장 1곳의 시료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그 결과 물에서는 8ppb, 공기 중에서는 16.1 ng/㎥가 검출됐다. BMAA는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을 유발하며, 지난달 12일 다대포해수욕장의 바닷물 시료를 분석 결과 1.116ppb가 검출되기도 했다.

남세균 독소는 안정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공기를 통해 수 km까지 날아갈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낙동강 대기 중 남세균 독소 물질에 대한 조사는 그동안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사람의 콧속과 기도, 폐에서도 독소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낙동강 인근 아파트의 경우 (강으로부터 거리가)1.17km인데 실제로는 더 멀리 확산한다는 게 다른 연구 사례에서 확인됐다”며 “가장 수치가 높은 대동선착장 주변을 보면 아파트 단지가 몰려있고, 학교도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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