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중대사고 때 한수원 배상조치액 턱없이 부족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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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SDR로 원화 5387억 불과
1조~3조 원의 선진국과 큰 차
책임보험료·보상계약료도 적어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전경(왼쪽부터 고리 1·2·3·4호기, 신고리 1·2호기). 부산일보DB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전경(왼쪽부터 고리 1·2·3·4호기, 신고리 1·2호기). 부산일보DB

국내 원자력발전소(원전) 중대 사고 시 발생할 손해배상액에 비해 원자력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매년 민간 보험사와 정부에 각각 내는 책임보험료와 보상계약료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발전용 원자로 사업자에게 부과된 '배상조치액'이 해외 주요국 사업자들과 비교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이 원자력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체결한 민간 책임보험계약과 정부 보상계약에 따라 최근 5년(2017∼2021년)간 납입한 책임보험료와 보상계약료는 각각 연평균 147억 4000만 원, 51억 50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책임보험료와 보상계약료를 합쳐도 연평균 198억 9000만 원으로, 국내 원전 중대사고 시 부지별 평균 손해배상액(596조 2000억 원 추정)의 0.003%에 불과하다. 한수원이 중대사고 시 예상되는 손해배상액에 비해 지극히 적은 액수만 부담하면서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행법상 국내 발전용 원자로 사업자(한수원)에게 부과된 배상조치액은 3억 SDR(특별인출권), 원화로 약 5387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독일의 25억 유로(약 3조 4715억 원), 스위스 13억 2000만 유로(약 1조 8330억 원), 일본 1200억 엔(약 1조 1660억 원) 등 해외 주요국 배상조치액 규모와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손해배상법’을 통해 원자력 사업자의 배상책임 한도를 사고 한 건당 9억 SDR(약 1조 6160억 원)로 두고 있다. 다시 이 한도 내에서 사업자가 원자력 손해에 대해 배상하도록 '배상조치액'을 정하고, 민간 보험사와 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다. 민간 보험사가 보전할 수 없는 원자력 손해를 원자력 사업자가 배상함으로써 생기는 손실에 대해서는 정부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도록 보상계약을 약정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2018년에 작성한 '균등화 발전원가 해외사례 조사 및 시사점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국내 원전 중대사고 시 원전 부지별 평균 손해배상액은 596조 2000억 원이다.부지별로는 울진 39조 9000억 원, 월성 595조 원, 고리 1667조 6000억 원, 영광 82조 2000억 원이다. 이 액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발생한 피해에 근거해 국내 손해배상액을 계산한 것이다.

정 의원은 "원전 인근 인구밀도 등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원전 중대 사고가 발생할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발생한 배상액보다 더 많은 손해배상액이 예상되는데, 현행 원자력 손해배상 제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스위스·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배상조치액을 사업자에 부과하고 있고, 배상책임 한도도 두지 않고 있다"며 "국내 원자력 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해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원전 안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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