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2] 21세기 다큐/와이드 앵글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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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틀 탈피한 ‘현대 다큐 미학’ 즐기세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 혁신적인 다큐멘터리 10편을 소개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21세기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시선’을 선보인다.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틀에서 벗어난, 신선하고 독특한 작품을 준비했다. 미학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혁신적인 시도를 담은 작품을 통해 현대 다큐멘터리의 발전과 다양성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베레나 파라벨·루시엔 카스탱-테일러 감독의 ‘인체해부도’. BIFF 제공 베레나 파라벨·루시엔 카스탱-테일러 감독의 ‘인체해부도’. BIFF 제공
커스틴 존슨 감독의 ‘카메라퍼슨’. BIFF 제공 커스틴 존슨 감독의 ‘카메라퍼슨’. BIFF 제공

초소형 카메라·스마트폰 촬영

하이브리드 다큐·인형극 등

혁신적 다큐멘터리 10편 소개


■특별기획-21세기 다큐


고프로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장비를 사용해 기술적으로 더 대담해진, 실험적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 먼저 베레나 파라벨 감독과 루시엔 카스탱-테일러 감독의 혁신적인 두 작품이 관객을 찾는다. 고프로 카메라를 통해 역동적인 바다 풍경과 어부의 모습을 촬영한 ‘리바이어던’(2012),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인체 내부를 거침없이 파고드는 연출로 올해 칸영화제 화제작으로 떠오른 ‘인체해부도’(2022)가 초청됐다.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스마트폰으로 가감 없이 담아낸 오사마 모하메드 감독과 위암 시마브 베디르산 감독의 공동 연출작 ‘은빛 수면, 시리아의 자화상’(2014)도 상영한다.

중국 사회와 이면을 풀어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왕빙의 관찰 다큐 ‘세 자매’(2012)도 볼 수 있다. 올해 비프메세나상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한 왕 감독은 러닝타임이 9시간가량인 다큐멘터리 시리즈 ‘철서구’(2003)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픽션의 요소를 더해 미학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담은 하이브리드 다큐멘터리도 시선을 모은다. 고향 도시 위니펙의 역사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더해 현란한 카메라 연출로 표현한 캐나다의 대표적인 감독 가이 매딘의 ‘나의 위니펙’(2007)과 25년 간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으로 일하며 담아낸 기록을 가족 영상 클립과 함께 엮은 커스틴 존슨 감독의 ‘카메라퍼슨’(2016)이 대표적이다.

22년 전 우연히 만난 여인 실비아를 찾아 나선 여정에서 만난 도시 풍경을 흑백 스틸 사진으로 구현한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의 ‘실비아의 도시에서 찍은 사진들’(2007)도 볼 수 있다.

세계적 거장 리티 판 감독의 ‘에브리씽 윌 비 오케이’(2022)는 인류의 역사를 독특한 디스토피아 인형극으로 구현해낸 작품이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이다.

다큐멘터리로는 최초로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지안프랑코 로시 감독의 ‘성스러운 도로’(2013)도 준비돼 있다. 주변인들의 삶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아낸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 세르게이 로즈니차의 ‘파괴의 자연사’(2022)도 상영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 대한 영국의 공습 기록을 담은 영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된 시기에 올해 칸영화제에서 특별 상영돼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번 특별기획 프로그램에 선정된 10편에 대한 국내외 평론가들의 비평문을 실은 책자와 포럼도 영화제 기간 동안 만나볼 수 있다. 포럼에서는 프랑스 저명한 영화평론가 장-미셸 프로동의 ‘21세기,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지평’이 발표된다. 베레나 파라벨과 루시엔 카스탱-테일러 감독과 김일란·김정근 감독이 패널로 참여한다.


세르게이 로즈니차 감독의 ‘파괴의 자연사’. BIFF 제공 세르게이 로즈니차 감독의 ‘파괴의 자연사’. BIFF 제공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의 ‘실비아의 도시에서 찍은 사진들’. BIFF 제공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의 ‘실비아의 도시에서 찍은 사진들’. BIFF 제공

‘죽은 후에도’ ‘또 바람이 분다’ 등

다큐 경쟁부문 작품 11편 선정


■와이드 앵글

‘와이드 앵글’ 섹션의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는 올해 총 11편의 영화가 선정됐다. 이 중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두 편에는 각 1000만 원의 상금과 함께 ‘비프메세나상’을 수여한다.

선정작에는 △수유팅-죽은 후에도 △김태일·주로미-또 바람이 분다 △루이 왕 핑-베이비 드랙 퀸 △첸시이-친애하는 어머니, 죽음에 대해 써보려 합니다 △샤흐민 모르타헤자데·팔리즈 쿠쉬델-축구광 자흐라 △정윤석-눈썹 △샤오추첸-남쪽, 적막철도 △이동우-사갈 △왕민철-생츄어리 △황윤-수라 △김보람-두 사람을 위한 식탁이 포함됐다.

다큐멘터리 쇼케이스에서는 총 18편을 상영한다. 쇼케이스 작품 역시 경쟁 부문에 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 수준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소원 BIFF 프로그래머는 “섭식장애 딸을 가진 어머니의 이야기부터 70대 동성 커플의 이야기 등 독특하고 흥미로운 소재가 많다”며 “예년에 비해 한국 다큐의 작품 수준이 높고, 여성 다큐 감독들의 약진도 돋보인다”고 말했다.

서승희 BIFF 프로그래머는 최근 타계한 장 뤼크 고다르 감독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는 다큐 ‘씨 유 프라이데이, 로빈슨’을 추천했다. 미트라 파라하니 감독은 이란의 작가이자 감독인 에브라힘 골레스탄과 고다르 감독 사이의 예술적 교류를 카메라에 담았다. 29주간 매주 금요일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문학 작품의 글귀, 그림, 영화 장면, 직접 찍은 동영상 등으로 구성된 철학적 대화가 오간다.

강소원 프로그래머는 원태웅 감독의 ‘유니버스’를 언급했다. 어린 시절 추억 속 놀이기구의 모습을 떠올리기 위해 최면 요법까지 시도하는 감독은 기억의 경로를 꿈결처럼 매혹적인 이미지로 형상화 해낸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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