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빌라 모녀 사망 사건, 타살 의심 정황 곳곳…“수사망 좁히는 중”(종합)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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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금속 사라지고 딸 목 졸린 흔적
딸 휴대전화 건물 밖에서 발견
생존 아들까지 약물 성분 검출
부산진경찰서, 수사 방향 급선회

부산진경찰서 건물 전경 부산진경찰서 건물 전경

추석 연휴 마지막날 부산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모녀 사망 사건(부산일보 9월 14일 자 11면 보도)과 관련해 경찰이 타살 의심 정황을 곳곳에서 발견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당초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사건 현장에서 귀금속과 휴대전화가 사라진 것을 비롯해 극단적 선택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정황이 여럿 확인되면서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부산진구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 A 씨와 10대 딸 B 양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타살 의심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들 모녀는 지난 12일 낮 12시 50분께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거실에서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고, 근처에서는 흉기가 발견됐다. B 양은 자신의 방에서 발견됐다. A 씨의 몸에는 흉기에 찔린 흔적이 있었고, B 양은 얼굴에 타박상이, 목에는 졸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당시 B 양의 방에서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도 발생했으나 큰불로 번지지는 않았다.

A 씨의 10대 아들 C 군은 다른 방에서 잠을 자다 일어나 누나와 어머니가 쓰러져 있는 것을 차례로 발견하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 초기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외부인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점과 검안 소견 등을 토대로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사건 현장 검안의는 A 씨가 흉기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는 소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홀로 남매를 양육하다 생활고로 올 7월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됐고, 수천만 원의 빚이 있었다는 점에서도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1차 부검에서 부검의가 B 양의 타박상과 목이 졸린 흔적, A 씨의 흉기에 의한 상처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경찰 수사의 방향은 급선회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숨진 B 양의 휴대전화가 빌라 건물 밖에서 발견된 점과 A 씨가 평소 몸에 착용하고 있던 귀금속이 사라진 점이 확인됐다. 경찰이 타살 가능성을 의심하는 유력한 정황들이다.

이와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과정에서 숨진 모녀와 생존한 아들 C 군에게서 약물 성분이 검출되면서 수사의 무게 중심은 타살 가능성 쪽으로 더욱 옮겨졌다. 사건 당시 C 군은 14시간가량 잠들었다 깬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은 긴 수면시간도 약물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경찰은 범인이 현장에서 B 양의 휴대전화를 가져간 뒤 외부에 버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 경찰은 B 양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한 상태다. 일가족의 몸에서 발견된 약물에 대해서는 국과수의 최종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인된 여러 정황을 토대로 수사망을 좁혀 가고 있으며 주변인 등을 대상으로 혐의점을 확인하고 있다. C 군은 다른 유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경찰 피해자 보호팀이 보호 조치와 심리적 지원 등을 병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등 범죄 피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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