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학관 입지 5군데로 압축… 연말이나 내년 초 최종 결정”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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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중간 발표 형식 용역 공개보고회

기준·절차 검토 중 대상부지는 함구
라키비움 개념·개방형 수장고 도입
관련 계획·예산 내년 추경 때 추진
문학계, 더딘 진행 속도 우려 목소리

부산유라시아플랫폼에서 21일 부산문학관 포럼이 개최됐다. 기본계획이 중간 발표 형식으로 제시됐고 입지 선정 문제는 뒤로 미뤘다. 부산유라시아플랫폼에서 21일 부산문학관 포럼이 개최됐다. 기본계획이 중간 발표 형식으로 제시됐고 입지 선정 문제는 뒤로 미뤘다.

부산시는 21일 부산유라시아플랫폼에서 부산문학관 포럼을 열었다. 용역을 맡은 문화예술 플랜비의 ‘부산문학관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 공개보고회였다. 이날, 그간 4차례 라운드테이블과 206건의 유효 설문조사 내용을 정리하면서 ‘부산문학관 건립 방향과 역할’에 대한 기본계획(기본구상, 공간기획)을 중간 발표 형식으로 제시했다.

첫째 이날 가장 아쉬운 점은 부산문학관 입지가 발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5군데로 압축했으나 그것도 공개하지 못했다. 지난 5월 용역착수 보고회 당시, 16개 구·군 수요조사를 통해 신청이 들어온 9곳 중 적당하다고 검토된 것은 6곳이었다. 하지만 이날 플랜비 측은 “그간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21곳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북항재개발 지역도 검토했으나 2030년 전에 새로운 시설이 들어설 수 없어 제외됐다고 한다.


현재 압축했다는 대상부지 5곳에 대한 발표를 하지 못한 것은 “혹시 기준과 절차에 맞지 않는 곳이 있을까 검토 중이기 때문”이라는 게 플랜비와 부산시 관계자의 해명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입지 선정과 관련해 상당한 내부 논의가 진행됐는지 모르지만, 그 어떤 진척도 없는 모양새다. 문학계 우려대로 부산문학관 건립이 ‘지루한’ 행정 절차 속에 빠져 아주 느릿느릿하게 진행 중인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11월 부산문학관 건립추진위 자문회의에서 최종 보고회를 열고 연말이나 내년 초 입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문학관 관련 계획과 예산은 내년 추경 때 추진할 거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2021년 부산시의 건립 계획 발표와 입지 번복 이후 올해 확보된 예산에 따라 ‘건립 용역’만 진행되고 있을 따름인 것이다.

객석에 있던 남송우 건립추진위 자문위원은 “전시 대상 작가, 입지 선정 등 논의해야 할 사항이 아주 많다. 가동한다고 했으나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건립추진위의 소위원회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정 토론자로 나선 안용대 건축가는 “입지 선정에서 기억과 역사에 바탕한 ‘기념비성’을 살리기 힘들다면 ‘비기념비성’ ‘시민들 참여’를 이 시대의 기념비성으로 재설정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주차장을 지하에 넣어 연면적을 빼먹을 게 아니라 아예 지상 면적으로 돌려 문학관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는 입지 선정의 발상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둘째 포럼에서는 부산문학관 건립 기본계획의 윤곽이 드러났고, 진행 시간이 2시간 반에 이를 정도로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 부산문학관은 ‘지역문학의 위상을 드러내는 중대규모의 지역 거점형 공립문학관’으로 ‘인문정신의 기초, 시민과 동행하는 부산문학관’을 슬로건으로 내건다는 것이다. 총 230억 원으로 연면적 4500㎡ 문학관을 짓는데 라키비움 개념과 개방형 수장고를 도입하고, 전시실(상설·기획) 대 수장고 면적을 1대 1 비율로 확보한다는 게 세부 공간 계획이다.

지정 토론자들은 “무엇보다 정서적 접근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번쩍 눈에 띄는 예상 밖의 문학관’을 만들어야 한다”(김수우 부산작가회의 회장), “튼실한 소장자료와 전문 학예사를 구비하고서 부산문학 특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문학관이 돼야 한다”(오현석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고 주문하면서 “전시관만 있으면 1번밖에 가지 않는다. 뭘 할 수 있고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가 분명해야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될 것”(박은태 바람길작은도서관 관장)이라고 지적했다. 토론 과정에서 “문학관에 ‘개방형 수장고’라는 개념이 맞나”라는 지적도 나왔다.

용역 보고에서는 전시 방향, 컨텐츠 구성과 관련해 가칭 ‘부산문학전문위원회’를 만들어 정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안용대 건축가는 “기본계획 단계에서 어떤 자료를 수집하고,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방향이 설정돼야 수장고 넓이와 성격, 학예사 인원수 등과 관련한 공간 계획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물가 상승과 미디어 전시 등을 고려할 때 230억 원 총 예산은 너무 빠듯하다”는 의견을 냈고 “관람 극대화를 위해 공용공간을 최소한 연면적 30% 이상으로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 사회를 맡은 이승욱 플랜비 대표는 “부산문학관 건립은 통상 예로 볼 때 기본계획 수립 후 3~4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객석에 참석한 한 문학인은 “공립문학관을 가장 늦게 추진하는 부산에서 사업 진행은 더디기만 하다. 참 만만치 않다”며 “시민들께서 더 많은 관심을 보태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글·사진=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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