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자국민 징집’ 무리수… 끓는 민심 “전쟁 그만”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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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 전환점 마련 목적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첫 동원령
러시아 38개 도시서 거센 시위
튀르키예 등으로 탈출 행렬도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경찰이 부분 동원령에 항의하는 한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경찰이 부분 동원령에 항의하는 한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면서 러시아에서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격화한다. 국외 탈출 러시도 이어지는 등 곳곳이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확전 우려로 국제사회의 비판, 제재 목소리도 거세지면서 동원령이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권단체 OVD-인포는 이날 러시아 38개 도시에서 부분적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이날 저녁까지 최소 1300여 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만 각각 500여 명이 체포되는 등 대도시 위주로 반발 시위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시위가 올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 벌어진 첫 대규모 반전 시위라고 전했다. 러시아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이 범죄적인 전쟁이 더욱 악화하고 있으며 푸틴이 가능한 많은 사람을 여기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시민의 시위대 합류를 촉구했다. 반전 단체 베스나는 “우리의 아버지, 형제, 남편인 수많은 러시아인이 전쟁의 고기 분쇄기에 끌려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원령을 피하기 위한 국외 탈출 행렬도 이어진다. 모스크바에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에 대한 직항편이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탄불행 비행 티켓 가격도 현재 최저 17만 3000루블(약 398만 원)에 이르는 등 두 배로 뛰었다. 온라인상에는 징병을 피하는 방법, 팔을 부러뜨리는 방법 등에 대한 검색이 크게 늘어났으며, 가디언은 입대를 피하기 위한 뇌물도 성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오전 푸틴 대통령은 부분 동원령을 내리는 동시에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군 동원 규모는 전체 예비군 2500만 명 중 30만 명 정도로 예상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근 전세가 불리해지자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자국민 징집이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국내에서조차 이에 대한 거부감이 극에 달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무리한 조치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동원 대상자의 채무 상환을 유예해주겠다는 당근책을 내놓았지만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서방의 제재 수위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77차 유엔총회에서는 러시아의 군 동원령과 핵 위협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연설에서 “오늘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비확산 체제의 의무를 무시하며 유럽을 상대로 공공연한 핵 위협을 했다”고 말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도 이날 러시아를 겨냥한 ‘표적 제재’를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원령의 실효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예비역을 훈련·조직화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황에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해 이번 동원령 발동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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