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의심하라, 7일 안에 체험하리라”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시간이 없다/정찬주

수불 스님, 일반인 간화선 체험담 소개
“부처 가르침 접할 기회 왔을 때 공부하라”

정찬주 장편소설 〈시간이 없다〉는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 이야기다. 스님의 출가 전 이야기부터 출가 후 의심을 타파하는 과정, 간화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애쓰는 과정이 들어 있다. 이전에 범어사에 동산 스님이 있었고, 총림이 된 지금은 지유 방장 스님이 있다.

예전에 지유 스님이 〈혈맥론〉 강독을 할 때다. “한 마음이나 한 작용이나 한 생각이나 한 소견에 조금이라도 집착을 하면 부처가 될 수 없느니라.” 수불은 의심이 일어나는 바를 갖고 지유 스님에게 “이거 뻔한 이야기 아닙니까”하고 따져 물었다. 지유 스님은 “부처와 깨달음, 마음이 모두 어디에 있겠는가. 사람이 손으로 허공을 붙잡으려 하는 것과 같으니 붙잡을 수 있겠는가. 부처란 스스로의 마음이 만들어낸 것인데 어떻게 이 마음을 떠나 따로 부처를 찾을 것인가.” 그래도 수불은 “그 말이 그 말 아닙니까” 반박했다. 지유 스님은 “허허허”하면서 누런 바위를 가리켰다. “저 바위를 보고 있느냐. 막 태어난 갓난아이도 저 바위를 보겠지. 나이 든 늙은이도 저 바위를 보겠지.” 수불은 지유 스님이 ‘보겠지, 보겠지’하는 순간, 눈앞에서 섬광이 번쩍했다고 한다. 26세였다. 빛이 정수리를 지나갔다고 한다.


얼마 뒤 수불은 또 지유 스님에게 “스님, 돈오돈수와 돈오점수 논쟁에서 도대체 무엇이 옳습니까” 물었다. “무수(無修)다.” 돈오했으면 돈오건 점수건 닦을 바가 없다는 말인데 그 말에 수불은 어둠이 다시 확 밝아지는 체험을 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범어사에서 모두 일어났다.

옛 선사가, 천 길 우물에 빠져 오로지 빠져나오려는 한 생각으로 진실로 3일, 5일, 7일 하고도 깨치지 못한다면 내 혀를 뽑아 밭을 가는 지옥에 떨어질 거라고 말했다. 그게 수불 스님의 모토다. 옛 조사들의 공안이 아니라 자신만의 활구로 7일 안에 선을 체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가능할까. 수불 스님의 말이다. “머리는 몸보다 둔해요. 바늘로 찌르면 머리보다 몸이 먼저 느껴요. 그러니 몸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해요. 함부로 쓰지 말라는 겁니다. 그래서 승려들은 계율을 지키고 삼학을 닦지요. 선에서는 머리를 하루종일 써도 쓴 바가 없다고 해요. 그러나 몸은 안 그래요.” 선은 몸의 문제라는 거다.

간화선 수행 7일을 하는 일반인들은 많은 체험을 한다고 한다. ‘가슴께에서 시작한 구름이 서서히 머리까지 올라오더니 순식간에 허공으로 흩어졌다. 순간 가슴이 서늘하고 후련했다’는 등등의 체험담이 책에 소개돼 있다. 수불 스님은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부처의 가르침을 접할 기회가 왔을 때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이다. 그런 기회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니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수불 스님은 젊었을 때 고승들에게 물었다. “스님께서는 깨치셨지만, 남을 깨치게 해 준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남을 깨치게 해주는 것, 그 실마리를 던져주는 것, 한국불교의 전통 수행법을 대중화시키고 세계화시키는 것을 지금 안국선원이 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를 온몸으로 의심하라, 7일 안에 체험하리라, 는 소리가 책 속에 담겼다. 정찬주 지음/불광출판사/416쪽/1만 8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