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방어하라”… 우주선-소행성 사상 첫 충돌 실험 성공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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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만 2530km 10개월 비행
1120만km 밖서 160m 행성 충돌
목표 정확히 타격, 궤도 변화 추적
소행성 위협서 지구 방어력 확인
나사 실험, 유튜브·TV 생중계

미국의 '쌍(雙)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우주선이 26일(현지시간) 지구로부터 약 1천100만㎞ 떨어진 심우주에서 목표 소행성 '다이모르포스'(Dimorphos)와 충돌하기 직전 실시간으로 전송한 동영상의 캡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날 우주선이 '운동 충격체'(kinetic impactor)가 돼 시속 2만2천㎞(초속 6.1㎞)로 다이모르포스에 충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국의 '쌍(雙)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우주선이 26일(현지시간) 지구로부터 약 1천100만㎞ 떨어진 심우주에서 목표 소행성 '다이모르포스'(Dimorphos)와 충돌하기 직전 실시간으로 전송한 동영상의 캡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날 우주선이 '운동 충격체'(kinetic impactor)가 돼 시속 2만2천㎞(초속 6.1㎞)로 다이모르포스에 충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소행성의 지구 충돌을 막는 사상 첫 ‘지구 방어’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과학자들은 이번 실험으로 수만 개의 잠재적 ‘위험 소행성’에 대응할 기초 능력이 확인됐다며 “역사적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27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쌍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우주선이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8시 14분 다이모르포스(Dimorphos) 소행성에 정확히 충돌했다고 밝혔다. 충돌 지점은 지구에서 약 1120만 km 떨어진 심우주다. DART 우주선은 지난해 11월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이날 관제팀 개입 없이 자율비행했으며, 시속 2만 2530km로 다이모르포스와 충돌했다.


유튜브, TV 등으로 생중계된 모습을 보면, 자갈이 깔린 다이모르포스의 표면을 끝으로 DART 우주선의 신호가 끊긴다. 성공적인 충돌에 NASA와 존스홉킨스대 과학자·기술진들은 두 손 들고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만끽한다.

이번 실험은 지구 충돌 코스의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소행성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실제 소행성을 대상으로 실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돌 이후 궤도가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 하지만, 우주선이 10개월여 비행 끝에 소행성을 정확히 충돌했다는 것 자체가 큰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이번 실험을 두고 “행성 방어가 지구 차원의 노력이며 우리 행성을 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NASA 행성과학 책임자 로리 글레이즈는 “위험한 소행성 충돌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잠재적 능력을 갖춘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에는 모두 3억 800만 달러(4290억 원)가 투입됐다. 기술진들은 향후 다이모르포스의 궤도 변화를 우주망원경 관측 등을 통해 확인할 계획이다.

그간 소행성 충돌은 실제적인 위협 요소로 여겨져 왔다. 다이모르포스는 지름이 약 160m 정도지만 웬만한 도시 하나를 폐허로 만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하며 6개 도시의 유리창을 박살 내고 16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소행성도 지름이 18m에 불과했다. 현재 지구근접 천체 중 크기가 140m가 넘는 것은 2만 6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40m급 소행성은 약 2만 년에 한 번꼴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지구와 충돌 시 대도시 하나를 초토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현재 확인된 소행성은 1만 개밖에 되지 않아 나머지 1만 6000여 개를 찾아 충돌 위험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처럼 우주선이 운동 충격체로서 소행성에 충돌하는 것은 지구 방어 전략 중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영화 ‘아마겟돈’처럼 핵탄두로 소행성, 혜성을 파괴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선은 소행성을 지구 충돌 궤도에서 밀어내는 정도지만 핵탄두는 행성을 여러 개로 쪼개 위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 충돌이 임박한 시점일 때는 핵탄두로 폭파하는 방안이 현실화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한 논문은 1메가톤 핵장치로 지름 100m 소행성을 지구 충돌 두 달 전에 폭파하면 99%를 날려 보낼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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