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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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생활 속에서 동물에 대한 학대가 계속되고 있다. 일명 ‘한동대 길고양이 학대 사건’의 범인은 길고양이 7마리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되었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폐양식장에서 길고양이 여러 마리를 잔혹하게 살해했던 20대 남성은 징역 1년 4개월과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게다가 온라인상에서의 동물 학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길고양이 등을 살해하는 영상을 공유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 ‘고어 전문방’ 사건이 있었다. 그 참가자들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지만, 유사한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


온·오프라인상 동물 학대 문제 심각

반려동물 1000만, 동반자 의식 필요

동물 학대 법원 처벌 여전히 솜방망이

현실 괴리 동물보호법 개정 필요

행정의 전문성과 실행력도 높여야

동물보호 우리 삶의 문제로 인식해야


지난 23일 창원지법 형사 법정에서는 식당 골목에서 고양이를 내리쳐 죽인 자에 대한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의 첫 재판이 열렸다. 그런데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와 동물보호단체들이 검사가 범인을 재물손괴죄로 기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그들은 동물을 여느 재물과 같이 물건으로 보아 주길 바랐던 것일까?

지금 우리는 반려동물 1000만의 시대에 살고 있다. 반려라는 것은 인간의 동료이자 동반자라는 의미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동물보호단체가 법원 앞에서 ‘재물손괴죄’를 이야기했던 건, 동물 학대 사건에 대한 현행법 및 그간 실제 선고된 처벌 수위의 부당함을 반증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

처참한 동물 학대 사건 발생 때마다 가해자 엄벌의 여론이 들끓어서 여러 차례 처벌 조항이 강화된 추세지만, 매년 급증하는 사건 수에 비해 법적 처벌을 받는 사례는 극소수였다. 그나마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우에도 대부분이 벌금형을 받았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집행유예가 다수여서 실형 선고는 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동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독일의 경우, 헌법(기본법)에서 동물보호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민법에서는 동물이 물건이 아님을 규정하였으며, 동물보호법에서는 ‘인간은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동료(Mitgeschopf)로서 그들의 생명과 복지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인식과 문화, 법제도 이렇게 바뀌어야만 한다.

우리나라도 1991년 처음으로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의 방지 등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의 생명 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건전하고 책임 있는 사육 문화를 조성하여,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기르고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동물보호법은 현재까지 28번의 법 개정을 통해, 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 유형을 구체화하거나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등 변화해 왔다. 특히 동법 제8조는 동물에 대한 금지 행위와 학대 행위의 유형을 열거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열거 방식’의 학대 조항이 오히려 적극적 처벌을 어렵게 하거나 처벌 사각지대를 발생하게 한다는 문제점을 갖는다. 오히려 실제 사건에서의 다양하고 예측 불가한 많은 행위들이 이 규정에 해당되지 않게 됨으로써 처벌하기 어려운 결과를 가져와서다. 사건 발생 후 반영된 동물보호법 조항의 뒷북식 개정이 가져온 법과 현실의 괴리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처럼 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를 포괄적 사유로 규정하고 사안별로 형량하여 판단하도록 함으로써, 현실적 타당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동물보호를 비롯한 동물 복지 정책 집행을 담당하는 중앙 및 지방의 실질적 행정 체계도 문제다. 동물보호법상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동물의 적정한 보호·관리를 위하여 동물복지종합계획에 따른 사업을 적정하게 수행하기 위한 인력·예산 등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 내 동물복지정책과의 여건은 물론이고 광역시·도의 동물보호 전담 부서 설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서울특별시·경기도의 동물보호과 설치, 인천광역시·대전광역시의 동물보호팀 설치 정도여서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동물 방역과 또는 축산과 등에서 동물보호 업무를 겸하여 담당하고 있음에 그친다. 그래서 동물보호 업무의 전문성과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행정력 강화가 필요하다.

생명체에 대한 종교적 관점에까지 이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해야 하는가는 인간의 삶의 환경이나 인간의 삶 그 자체에 깊이 관련된 문제다.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이제 동물보호의 문제를 우리 삶의 문제로 인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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