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0년 전으로 퇴행”…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축소 규탄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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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개 여성·시민단체 기자회견
인재평생진흥원과 통폐합 명목
여성정책 전문 연구기관 없애
“선거 때 지역 성평등 강화 약속
박형준 시장 공약 공수표였나”

부산지역 33개 여성·시민단체는 28일 오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는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축소 통폐합을 철회”를 촉구했다. 부산여성단체연합 제공 부산지역 33개 여성·시민단체는 28일 오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는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축소 통폐합을 철회”를 촉구했다. 부산여성단체연합 제공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부산시의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축소 개편에 대한 거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부산참여연대 등 33개 여성·시민단체는 28일 오전 10시께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는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축소 통폐합을 철회하고,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부산시는 시 산하 25개 공공기관을 20개 내외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부산시의 공공기관 통폐합 기조에 따라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일부 기능은 부산인재평생진흥원과 통합되고, 여성정책 연구기능은 부산연구원으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여성·시민단체는 “흩어져 있는 시정 연구 기능을 합친다는 명목하에 부산여성가족개발원과 부산인재평생진흥원을 통폐합해 여성, 가족, 교육 정책을 통합 관리하는 수행 기관으로 만든다”며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고유 기능인 여성정책 연구기능은 완전히 축소시켜 부산연구원으로 모두 이관해 관련 수탁사업만 수행하는 알맹이 없는 기관으로 전락한다”고 밝혔다.

또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을 타 기관과 통폐합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와 동일하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은 “국가의 성평등 정책을 전담할 독립된 부처가 필요하듯이, 지역의 성평등 현황 연구조사 기능과 여성정책 연구기능을 맡아서 추진할 여성정책 연구 전문기관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성정책 연구기능을 부산연구원에 편입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약 20년 전 수준으로 퇴보하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요한 연구기능이 타 기관에 이관되면 성평등 관점으로 진행되던 여성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부산연구원의 하부 부서로 존재하던 20여 년 전으로 퇴행하는 것이다”며 “여성정책을 가족·복지 정책의 일부에서 이제 교육 정책의 일부로 축소하고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경남에서도 경남여성가족재단과 경남여성능력개발센터가 통합되고, 연구기능은 축소될 계획이었지만 지역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통폐합 계획이 철회됐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지방선거 기간에 박형준 시장이 분명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지역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는 허위 공약이었냐”며 “성평등 관점의 여성 현안, 여성정책 연구 없이는 여성의 안전과 일상에서의 성평등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2002년 9월 재단법인 부산광역시여성센터로 개원해 2008년 현재의 모습으로 출범했다. ‘성평등 사회와 가족의 행복한 삶 실현’을 목표로 내건 개발원은 여성·가족·보육·저출산·아동·청소년 관련 정책개발, 양성평등과 가족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운영·보급 등 사업을 운영해왔다.

부산시는 다음달 초 공공기관 통폐합 확정안의 밑바탕이 될 공공기관 효율화 용역 결과를 발표 뒤 의견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부산시 이성권 경제부시장은 "현재 개편안이 확정된 것은 없다"며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시민 대상 공청회나 토론회를 할 계획이고, 의회에도 설명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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