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물꽃의 전설’ 고희영 감독 “해녀 시선으로 바다 실상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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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시선으로 바다 실상 알리고 싶었습니다"

87년 경력 현순직 해녀 주인공
6년 이상 촬영 BIFF서 첫 공개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만난 다큐멘터리 ‘물꽃의 전설’ 고희영 감독. 안지현 인턴기자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만난 다큐멘터리 ‘물꽃의 전설’ 고희영 감독. 안지현 인턴기자

해녀 다큐멘터리를 다시 만들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첫 상영한 ‘물꽃의 전설’을 6년 이상 촬영했다. 2016년 공개한 ‘물숨’도 제작 기간이 7년. 지난 12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만난 고희영 감독은 “해녀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역설적으로 제주 바다는 황폐화하고 있다”며 “해녀 문화 보존을 위해 바다의 실상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해녀 이야기를 다루게 됐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물꽃의 전설’ 주인공은 87년을 물질한 현순직(96) 해녀. 2020년 물질을 그만둔 그는 어느 바닷속에 가면 ‘물꽃’이 흐드러지게 폈다고 말한다. 자신만 갈 수 있다는 ‘들물여’로 채지애(39) 해녀와 물꽃을 찾아 나선다. 그 여정은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를 만든 예민 작곡가 음악이 더해져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고 감독은 “제주도 마을을 돌다가 바다를 애인처럼 대하는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며 “이야기를 나누다 ‘물꽃’ 이야기도 듣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제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순직 해녀가 말한 물꽃은 분홍색 산호인 ‘밤수지맨드라미’. 해양보호생물인 이 물꽃이 바닷속에 흐드러진 장면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한다. 고 감독은 “현순직 해녀가 말한 ‘들물여’에 채지애 해녀가 대신 들어갔는데 ‘밤수지맨드라미’는 하나만 남아있었다”며 “지금도 물꽃이 만발했을 거라 생각하는 현순직 해녀의 판타지를 표현하기 위해 그나마 물꽃이 많은 인근 바다를 수소문해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현순직 해녀(왼쪽)와 채지애 해녀(오른쪽)이 담긴 다큐멘터리 ‘물꽃의 전설’ 스틸 컷. 부산국제영화제(BIFF) 홈페이지 현순직 해녀(왼쪽)와 채지애 해녀(오른쪽)이 담긴 다큐멘터리 ‘물꽃의 전설’ 스틸 컷. 부산국제영화제(BIFF) 홈페이지

다큐멘터리에는 변화하는 제주 바다를 그대로 기록한 장면이 등장한다. 해초가 사라지고 바닥이 하얗게 변하는 과정과 죽은 성게가 깔린 모습을 보여준다. 고 감독은 “6년 동안 매년 2월에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앞바다에서 찍었다”며 “청정 지역 마라도 인근까지 해초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해녀의 시선으로 바닷속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고 감독은 현순직 해녀가 곧 물꽃이자 전설이라고 했다. 그는 “실력이 가장 좋은 ‘고래상군’이었던 현순직 해녀는 어린 아들과 배에서 3년을 자며 물질했고, 바닷속에서 죽은 동료를 건지기도 했다”고 경외심을 드러냈다.

그는 언젠가 부산을 포함한 ‘육지 해녀’ 이야기도 다루고 싶다는 뜻도 드러냈다. 고 감독은 “현순직 해녀도 부산 송도와 영도에서 오랜 시간 ‘출향 물질’을 했었다”며 “제주 해녀에 대한 공부를 더하고 다른 지역 해녀들을 다루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광부들은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탄광 안으로 보내 자신들을 보호했다”며 “해녀는 바다가 위험하다고 외쳐주는 카나리아처럼 소중한 존재”라고 덧붙였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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