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저한 데이터 관리 일깨운 '카톡 먹통'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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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화재에 통신·결제망 장시간 멈춰
안전 강화 위한 국가 컨트롤타워 필요

15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이 화재로 이곳에 서버를 둔 카카오톡과 포털사이트 다음 등의 통신 장애가 장시간 발생했다. 연합뉴스 15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이 화재로 이곳에 서버를 둔 카카오톡과 포털사이트 다음 등의 통신 장애가 장시간 발생했다. 연합뉴스

IT 강국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국민 메신저’로 꼽히는 카카오톡(카톡)과 양대 포털 중 하나인 다음의 서비스가 장시간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일어난 불이 발단이 됐다. 이곳에 설치된 다양한 서버에 화재로 전원 공급이 끊기면서 카톡과 다음의 각종 서비스, 네이버의 일부 서비스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카톡을 비롯한 카카오의 여러 서비스가 주말 이틀간 제 기능을 못하고 먹통이 되는 바람에 수많은 국민에게 큰 불편을 끼쳤다. 카카오 측의 대응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만큼 재발 방지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카톡이 사고가 일어난 지 12시간 넘도록 작동을 멈춘 것은 출시 12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카톡을 이용하는 상당수 국민은 가족이나 친구, 지인과의 연락에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카톡을 포함한 SNS로 상징되는 초연결 사회의 취약성이 이번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연락이 안 되는 일상의 불편을 넘어 국민들 사이에 경제적인 피해가 속출했다는 데 있다. 카카오T, 카카오맵,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의 다른 주요 서비스도 같은 시간대에 정상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이들 서비스에 가입한 택시 기사들은 승객을 받지 못했고, 자영업자들은 결제 시스템 불통으로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이번 사고는 데이터와 서버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사고가 난 데이터센터에는 포털 네이버의 서버도 있었지만, 복구가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 카카오의 백업 시스템 등 서버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네이버의 메인 서버는 강원도 춘천의 자체 데이터센터에 있는 데다 일부 서버는 다른 여러 곳에 분산돼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았고 대응도 빨랐던 게다. 반면 카카오는 이번 비상 상황에서 신속한 복구를 위한 백업 시스템을 가동하지도 못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는 백업 시스템 구축 상황을 재점검하고, 백업 시스템이 있는데도 복구가 지연됐다면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재발 방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앞서 2018년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에 따른 통신대란으로 기업체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자 국가적인 백업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25일 KT의 네트워크 작업 오류로 전국적으로 1시간 넘게 유·무선 인터넷망이 마비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때 처방이 IT 기업들에게 외면당하고 제도화되지 않다 보니 유사 사고를 막을 길이 없는 셈이다. 이번 경우처럼 작은 사고일지라도 온 나라의 통신망과 금융결제망이 붕괴돼 인터넷 생태계에 대혼란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데이터 관리를 민간 기업의 일로만 여기는 건 위험하다. 기업의 강한 책임감과 함께 데이터 안전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국가적 컨트롤타워 도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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