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잘못 짚어도 뼈가 ‘뚝’… 노년의 소리 없는 도둑 골다공증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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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이상 절반이 ‘골감소증’
폐경여성 10년마다 유병률 배
골절로 이어지면 노년에 치명상
예방하는 데 치료 주안점 둬야

나이가 들수록 골 손실로 인해 골절에 취약해진다. 부산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전윤경 교수가 골다공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나이가 들수록 골 손실로 인해 골절에 취약해진다. 부산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전윤경 교수가 골다공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우리 몸의 기둥인 뼈는 단단하기만 하고, 뼈 자체 내에서 대사활동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뼈에서도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 몸에는 새로운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와 낡은 뼈를 파괴해 흡수하는 파골세포가 있어서 낡은 뼈가 없어지는 만큼 새 뼈가 생겨나면서 균형을 이뤄 제 모양을 유지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골 형성 기능이 감소해 뼈가 파괴되는 양 만큼 만들어지지 못해 균형이 무너지면서 골 손실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골량이 감소하고 뼈의 강도가 약해지면 뼈에 구멍이 많이 생기고 엉성해져서 작은 충격에도 부러지기 쉬운 상태가 되는데 이를 ‘골다공증’이라고 한다. 매년 10월 20일은 ‘세계 골다공증의 날’이다.


■폐경 후 여성 골다공증 위험 급증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도둑’이라고 불린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약한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하게 된다.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골다공증이 진행하게 되면 척추의 압박 골절로 나타나거나, 점차 허리나 몸이 구부러지며 키가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산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전윤경 교수는 “국제 골다공증 재단에서는 기억이 아닌 기록상으로 확인 가능한 키에서 2~4cm 줄어든 경우나 기억하는 키에서 4~6cm 감소한 경우 골절 유무를 판단하는 X선 검사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는 골밀도 검사를 통해 골밀도 수치(T값)가 -1.0 이상이면 정상, -1.0~-2.5는 골감소증, -2.5 이하면 골다공증으로 진단한다. 골다공증의 주 원인은 노화다.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 골밀도가 낮아지기 시작하면서 50세 이상 성인의 22.4%가 골다공증을 앓고, 절반 가까운 47.9%가 골감소증을 겪고 있다. 특히 여성은 폐경 전후로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면서 50대에는 15.4%, 60대 36.6%, 70대 68.5%로 10살이 늘어날 때마다 골다공증 유병률은 2배 이상 급격히 증가한다.

■고관절 골절 땐 1년 내 20% 사망

뼈가 약해진 골다공증 환자들은 일상생활 속 작은 충격에도 뼈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고관절(엉덩이 관절), 척추, 손목 등의 골절이 쉽게 발생한다. 주저앉거나 일어날 때, 살짝 부딪혔을 때도 뼈에 손상이 가고, 심한 경우 재채기만으로도 갈비뼈나 척추뼈가 부러질 수 있다.

전윤경 교수는 “대부분 추운 겨울 빙판길을 걷다 미끄러져서 골절상을 입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일상생활을 하는 집에서 낙상이 더 많이 발생한다”며 “살짝 미끄러지거나 키보다 낮은 위치에서 주저앉았을 뿐인데도 골절이 되어 내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골절로 이어지면 노년층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 2019년 골대사학회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고관절이 골절되면 1년 내 사망률이 20.8%에 달하고, 여성은 13.6%에 이른다. 척추 골절의 경우 남성은 1년 내 9.2%가, 여성은 4.2%가 사망으로 이어졌다. 이 밖에 골절로 거동이 어려워져 누워 지내게 되면 욕창·혈전 등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거나 사회 활동을 못해 우울증 같은 정신 건강 장애를 앓게 될 수도 있다.

■평생관리, 칼슘·비타민D 챙겨 먹어야

전윤경 교수는 “골다공증은 완치되는 질환이라기보다는 관리해야 되는 질환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골다골증 치료는 추가적인 골소실을 막아 골다공증이 진행되고 골절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데 치료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감소증의 경우 칼슘과 비타민D가 부족하다면 식품이나 약제를 통해 이를 보충해야 한다. 골다공증으로 진단되면 칼슘, 비타민 외에도 골다공증 약제를 복용해야 한다. 골흡수 작용을 억제해 뼈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 골흡수 억제제로는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 비스포스포네이트, 데노수맙과 같은 약제가 쓰인다. 뼈를 만드는 골형성 촉진제는 부갑상선 호르몬 제제로, 평생 1년 반에서 2년만 사용 가능하다. 뼈의 파괴를 막는 동시에 새 뼈 생성을 돕는 로소모주맙은 평생 1년만 사용할 수 있다. 전 교수는 “골형성촉진제나 이중효과를 내는 약은 1년 내 2개 이상의 골절이 있으면서 다른 약제가 듣지 않는 심한 환자에게 주로 사용하며, 대부분은 골흡수억제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뼈를 이루는 주 성분인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우선이다. 칼슘은 흡수가 좋은 우유, 치즈, 요거트나 멸치와 같은 뼈째 먹는 생선을 통해 섭취하면 좋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50세 미만 성인은 하루 1000mg, 50세 이상은 하루 1200mg의 칼슘을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한국인의 식사를 통해 섭취되는 칼슘은 평균 470mg 정도다. 이 때문에 칼슘 보충제를 따로 챙겨 먹어 부족분을 채워줘야 한다.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 비타민D를 적정 농도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타민D는 대구, 간유나 달걀, 표고버섯 등에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식품을 통해 하루 필요량인 800~1000u를 섭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비타민D도 보충제를 먹어주는 것이 좋다.

균형 잡힌 식사 외에도 균형 감각을 키우는 운동, 유산소 운동, 뼈에 체중을 싣는 체중 부하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 골다공증의 예방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술은 조골세포 활동을 억제해 새 뼈 생성을 막고, 니코틴은 뼈의 미네랄 성분을 줄여 골밀도를 떨어뜨리는 만큼 금주와 금연도 필요하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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