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계단이 많은 실내/김미령(19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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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가는 도중에 너 비슷한 사람을 본다 그는 그 비슷

한 사람들과 모여 속삭이다 금방 헤어지는데

그중 한 사람이 나라는 생각은 들지않는다

여러 개의 복층으로 이루어진 높은 천장 아래

서로 다른 모양의 계단과 크고 작은 복도가 하나의 단

면으로 읽혀지는 순간의

너의 위치

너는 동쪽 계단을 내려가고 나는 북쪽 계단을 올라와

우리가 만나기 직전일 때

계단의 끝에서 또 다른 공간이 생겨난다면

나는 다시 어디로 연결될 것인가

(하략)

- 시집 〈우리가 함께 있다는 소문〉(2021) 중에서


시인들의 신작 시집을 읽을 때 시인이 한 권의 시집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지를 염두에 두면서 읽는다. 어떤 시인은 폭력을 얘기하고 있고 어떤 시인은 죽음을 얘기하는데, 한 권의 시집이 한 편으로 읽히는 시집이 좋은 시집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부산을 대표하는 젊은 시인 중 한 분이기도 한 이 시인의 시집을 오래 곁에 두고 읽었다. 시인은 개성적이게도 인간이 공간을 차지하는 위치나 동작에 천착하여 오래 회자될 시집을 펴냈다. 인간의 동작이 여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인간의 삶, 도주, 새로운 인식들이 다른 세계에 눈 뜨게 했다. 시인은 ‘다시 어디로 연결될 것인가’.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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