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울경·남부권 시대 맞을 동력, 가야사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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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깨어나는 가야사’ 대장정 돌입
제도적 지원·정치한 연구 이어져야

기원전 1세기 고대 동아시아 교역 네트워크의 중심지이자 ‘늑도 교역’의 본거지인 늑도 유적이 있는 경남 사천시 늑도 전경. 문화재청 제공 기원전 1세기 고대 동아시아 교역 네트워크의 중심지이자 ‘늑도 교역’의 본거지인 늑도 유적이 있는 경남 사천시 늑도 전경. 문화재청 제공

〈부산일보〉가 600년 가야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일에 돌입했다. ‘깨어나는 가야사’ 시리즈가 그것이다. 기원전 1세기 무렵 전성기를 구가했던 늑도가 100년 이상 한·중·일을 잇는 교역 중심지로 기능했던 사실을 25일 자 지면에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6세기 멸망 때까지, 총 15회에 걸쳐 가야사의 얼개를 다시 그리는 큰 작업이다. 여기엔 금관가야 등 기존 가야는 물론 호남 가야의 실체, 왜와의 관계, 실존했던 가야의 정체성 등 가야의 거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 관련 학계의 연구가 미진한 상황에서 지역 언론사가 앞장서서 가야사 복원의 중요성을 환기하겠다는 것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실상 〈부산일보〉는 오래전부터 가야사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가야사에 대한 인식이 일천하던 2004년부터 2년여 동안 최인호의 소설 〈제4의 제국〉을 연재함으로써 가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2017년엔 일본과 인도 현지 취재 기획물 ‘잊힌 왕국 가야를 깨운다’를 통해 가야의 숨겨진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부산일보〉의 이 같은 노력은 이후 정부 차원의 가야사 복원 사업을 이끌어 냈을 뿐만 아니라 학계의 연구 지평을 크게 넓히는 데에도 기여했다. 나아가 가야 유물의 위상이 현격히 높아졌고, 가야 고분군들은 대거 국가사적으로 지정됐을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성과에도 가야사 복원의 길은 여전히 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많은 고고학적 발굴과 연구가 잇따랐으나 가야사 전체 윤곽을 그려 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고, 내밀하고 민감한 사안에서는 학계·종교·사회단체 간 논쟁이 치열하다 못해 심각한 갈등 양상까지 비치는 게 현실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가야사 복원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했지만 제대로 된 전문가 양성 등 체계적인 기반 조성은 없이 지자체 간 지나친 경쟁으로 치닫다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 경우도 많았다. 초기 가야 성립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으로 여겨졌던 김해 구산동 고인돌 유적이 올해 8월 훼손된 일은 그 좋은 사례다.

근래 가야사 복원은 고비를 맞았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가야사 복원사업이 빠진 것이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와 학계의 가야사 복원 의지가 약화되고 가야고분군 문화유산 등재 등 관련 사업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야사가 우리 역사의 곁가지가 아니라 영호남을 아우르는 당당한 본류임이 실증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부울경을 비롯한 남부권 시대를 준비하는 현세대에게는 그 당위와 동력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부산일보〉가 ‘깨어나는 가야사’ 시리즈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지원 체계를 확충하고 학계는 더욱 정치한 연구를 이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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