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구하기 너무 어렵다” 지역 건설업계 부도 공포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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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 탓 금융권 대출 꺼려
PF 금리 12%대 상승… 사업 중단
기존 PF자금 차환 못 해 부도 우려

25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서 강원중도개발공사 공사대금 조기집행 대책위원회가 레고랜드 기반시설공사 대금 지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서 강원중도개발공사 공사대금 조기집행 대책위원회가 레고랜드 기반시설공사 대금 지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부산의 한 건설업체는 3000억 원이 넘는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했지만 금융권으로부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건설업체 대출은 당분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이 업체 대표는 “건설업계의 자금 경색이 IMF 외환위기 직후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이런 식으로 돈줄이 막히면 재무가 건전한 업체라도 자금 융통에 문제가 생겨 흑자도산을 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 업체는 위기에 대비해 직원을 감축하는 등 긴축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지역 건설업체의 자금줄도 급격히 말라가고 있다. 원자재 값 상승 등 수익성 악화와 미분양을 우려한 금융권이 대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돈줄이 막히면서 재무구조가 탄탄한 업체들도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부산의 다른 건설사 대표는 “보통 기존 부지를 담보로 신규 대출을 받아 새로운 부지를 구입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데, 최근 대출이 막히면서 신규 사업은 꿈도 못 꾸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 시행사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기준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에 빌려주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5%대였던 PF대출 금리가 최근에는 10%를 넘어 12%까지 치솟았다. 금융비용이 커지면서 사업 수익성이 낮아지고, 이 때문에 돈 빌리기 어려운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부도 위기에 처한 업체가 부산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지를 구입할 때 빌린 자금(브릿지론)을 상환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되거나 중단될 예정인 곳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시행사 대표는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되던 동부산권의 한 오피스텔 현장에서 만기일까지 기존 PF자금을 차환하지 못해 시행사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경기 침체의 위기가 지역 업체부터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자금난은 앞으로도 심화될 전망이다. 주택구매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미분양이 크게 늘고, 원자재 값과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 개발 사업의 수익성도 낮아지고 있다.

부산의 한 건설사 대표는 “부동산 사업장마다 리스크 규모가 다른데, 현재 금융권은 천편일률적으로 자금줄을 조이고 있다”며 “사업성이 좋은 곳에는 자금이 투입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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