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주민 불편 아랑곳없이… 욕지도 정기여객선 운항 일방 감축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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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코로나 장기화로 적자 누적”
통영항 왕복 하루 3회서 2회로
무분별한 면허 남발, 주원인 지목
항로 공개 모집 제도 손질 필요

통영 욕지도를 오가는 정기여객선이 적자로 운항 횟수를 평일 하루 3회에서 2회로 줄이면서 섬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통영항을 출항해 욕지도와 연화도, 우도를 경유하는 여객선. 김민진 기자 통영 욕지도를 오가는 정기여객선이 적자로 운항 횟수를 평일 하루 3회에서 2회로 줄이면서 섬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통영항을 출항해 욕지도와 연화도, 우도를 경유하는 여객선. 김민진 기자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여)객선을 끊어버리면 어쩌란 말입니까?”

경남 통영시 욕지도를 오가는 정기여객선이 일방적으로 운항 횟수를 줄이면서 섬마을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이용객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조처라는 게 선사 측 주장인데, 무분별한 면허 남발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선사 간 과잉 경쟁을 부추겨 공멸 위기로 내몰고 있는 현행 ‘항로 공개모집’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통영시에 따르면 해상여객운송사업자인 A해운은 지난달 통영항~욕지도(본섬)~연화도~우도를 경유하는 정기여객선 평일 하루 운항 횟수를 3회에서 2회로 줄였다. 오전 6시 30분 출항을 없애고 오전 9시 30분, 오후 3시 출항만 남겼다.

허가권자인 마산지방해양수산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적자 누적으로 3항차 유지가 어렵다는 선사 측 주장을 받아들여 사업계획 변경을 승인했다. 출항지는 다르지만 비슷한 시간에 유사 항로를 오가는 정기여객선이 있는 만큼 큰 불편은 없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실제 산양읍 중화항에 욕지도와 연화도를 잇는 배편이 있다.

하지만 섬 주민들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한다. 기존 3항차에선 첫 배를 타고 들어와 마지막 배로 돌아가기까지 4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병원 진료 같은 미뤄둔 일을 해결하고 장도 보기 충분한 시간이다. 반면 2항차에선 육지에 머물 시간이 2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중화항 배편도 마찬가지다. 입항 시간은 40분 빠르지만, 시내로 가려면 시내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30분 정도 더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도는 경유하지도 않는다.

우도 김영래 이장은 “주민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시내로 나가 볼일을 보고 오는데 2시간은 너무 빠듯하다. 진료가 늦어 마지막 배를 놓치면 어쩔 수 없이 주변에 하룻밤 신세를 져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선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빚으로 근근이 버텨왔다며 하소연이다. 2018년 33명이던 직원을 15명으로 줄이며 안간힘을 썼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유가까지 급등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었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관광 비수기인 겨울에 이용자가 더 줄면 2항차 유지조차 힘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안여객선 업계에선 선사 간 과잉 경쟁을 부추겨 공멸 위기로 내몰고 있는 현행 ‘신규 항로 공개모집’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일보DB 연안여객선 업계에선 선사 간 과잉 경쟁을 부추겨 공멸 위기로 내몰고 있는 현행 ‘신규 항로 공개모집’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일보DB

업계에선 항로 공모제의 부작용을 지목한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신규 항로 공모제’를 도입했다. 새 사업자의 진입 문턱을 낮춰 경쟁 구도를 만들고 업계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공모제 이전엔 기존 사업자가 있는 유사·중복항로에 대해선 이용 현황, 수용 능력 등을 고려해 필요성이 인정돼야 항로를 개설하고 면허를 발급했다. 반면 지금은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항로 개설을 신청해 사업자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알짜 항로의 경우, 하나의 종착지를 두고 3~4개 선사가 유사·중복 항로를 개설한다. 경남에서 가장 많은 여객선 항로가 있는 통영의 경우, 주요 관광지인 한산도(매물도)와 욕지도, 사량도에 연거푸 중복 항로를 허가하면서 대다수 선사가 적자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임금 체불은 허다하고, 기본적인 선체 보험료조차 내지 못해 운항을 중단하는 부실 선사도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도 마산청은 ‘공정한 경쟁을 장려하는 해운법의 목적에도 부합된다’며 계속해서 중복항로를 허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쪼그라드는데 경쟁사만 늘어나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번처럼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돌아간다”면서 “항로 개설 시 필요성과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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