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피할 수 있었다”… 외신들, 한국 대처 질타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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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병목현상 예상했어야”
NYT·WP 등 원인 집중 조명
“윤정부 리더십 시험대” 지적
“문화강국 이미지 손상” 분석도

한 외국인이 지난달 31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 헌화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한 외국인이 지난달 31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 헌화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주요 외신은 지난달 29일 핼러윈을 앞두고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놓고 당국의 안일한 대처를 연일 지적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한국의 ‘대중문화 강국’ 이미지가 손상됐다는 등 사고 여파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절대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Absolutely Avoidable)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NYT는 “한국은 방탄소년단이 5만 5000명을 모으고 공연할 때 1300명의 경찰관을 배치하는 등 군중이 통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그러나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경찰은 단 137명을 배정했고, 이들 대부분은 성희롱, 절도, 마약 범죄를 맡았다”고 지적했다. 또 “군중 전문가들은 경찰과 지역 공무원이 골목길을 위험한 병목으로 인식하고 예방 조치를 취했어야 했지만, 경찰, 서울시, 중앙정부 모두 군중 통제 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군중 안전을 연구하는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 선임강사 밀라드 하가니는 NYT에 “(이 참사는)절대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참사가 한국의 안전대책의 빈틈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WP는 “불과 이틀 전 코로나19 예방과 거리청결 등이 담긴 안전대책이 공개됐지만 군중을 통제하는 방안은 목록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코로나19 규제 해제 등으로 올해 이태원에 예년 이상의 인파가 몰리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CNN은 “이번 핼러윈은 서울은 물론 지역 거주자, 외국인 관광객 등까지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라면서 “인근 호텔과 여러 행사가 사전에 예약이 꽉 찼다는 것만 봐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다”고 말했다. 미국 군중 안전 전문가 폴 워트하이머도 월스트리트저널에 “코로나19 규제로 억눌렸던 수요가 발생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당국이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참사가 정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기사도 잇따랐다. NYT는 “이번 참사로 한국의 기술·대중문화 강국의 이미지가 손상됐다”고 평가했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로 다시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특히 통신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후 대처가 윤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지 윤 정권의 무능함에 대한 야권 프레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세월호 참사와 비교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뒤 정치적 위기에 몰리게 되는 과정을 짚기도 했다. WP는 칼럼에서 젊은이들이 희생된 사건의 경우 정치적 발화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외신은 사고 원인, 피해자 인터뷰, 각국의 압사 사고 대응책 등을 실시간으로 게재하며 이태원 참사를 나흘째 집중 조명하고 있다. NYT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4개의 고정 코너를 마련해 여러 기획을 보도하고 있다. 군중 압박 상황에 어떻게 몸을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문가의 행동 요령을 전하기도 했다. WP는 이날 신경학회 등을 통해 이태원 참사로 인한 한국 국민의 집단적 트라우마에 대한 기획 기사를 보도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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