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렇게 아픈데 유족 심정 오죽할까”… 눈물 떨군 50대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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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합동분향소 표정

방명록엔 ‘참담’ 단어 빠지지 않아
이란 유학생, 자국 희생자에 명복
시민들 “왜 안전하지 못한가” 한숨
부산 연고 사망자 6명 장례·봉안

1일 오후 부산시청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1일 오후 부산시청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참담하고 믿기지 않습니다.’

1일 오전 10시 30분 부산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 합동분향소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남겨진 글귀마다 ‘참담’이라는 단어가 거의 빠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는 부산 시민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한참을 멍하니 분향소를 바라보거나 눈시울을 붉혔다. 어떤 시민은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어떤 시민은 떨리는 손으로 무거운 마음을 방명록에 적어 내려갔다.


학원 강사 김정희(57·부산진구) 씨는 합동분향소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헌화를 마치고 방명록을 작성하던 김 씨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김 씨는 “20대 딸을 두고 있는 부모로서 이번 참사는 남 일 같지 않아 더 가슴이 미어진다”며 “어떻게 이런 참사가 발생했는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유족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표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손 모(24) 씨는 “좁은 골목을 지날 때면 참사 현장에서 안타깝게 스러져 간 사람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며 “희생자 대부분이 또래인데, 분향소에 직접 와서 고인의 명복을 빌지 않으면 나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출근길에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오후에도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오후 5시께에는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이 긴 줄을 이뤘고, 합동분향소 앞은 추모객들이 헌화한 국화꽃이 수북이 쌓였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이란인 나르게스(25) 씨는 “이태원 참사로 이란 국민 5명이 숨져 그들을 비롯해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분향소를 찾았다”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전날인 31일 오후 5시 부산시청 1층 로비에 시민들이 헌화와 묵념으로 희생자들 넋을 기릴 수 있도록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전국적으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많은 시민이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1일 오후 5시까지 부산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은 1300여 명에 달했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왜 아직 우리나라는 안전하지 못한가” 되뇌기도 했다. 김석만(66·연제구) 씨는 “참사 희생자 중 다수가 청년인데 꽃다운 청춘에 꿈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가슴이 먹먹하다”며 “경찰과 지자체가 잘 대응했다면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수(32·사하구) 씨는 “비슷한 사고는 어느 지역에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더 무겁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며 “정부는 세월호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태원 참사 사망자 가운데 부산에서 장례와 봉안 등이 진행된 사망자가 3명 늘었다. 이들은 부산과 서울의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고 1일 부산 기장군 부산추모공원에 봉안됐다.

1일 부산시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사망자인 20대 남성 C, D 씨와 여성 E 씨가 이날 부산추모공원에 봉안됐다. 경기도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C 씨는 부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장례가 치러진 뒤 부산추모공원에 봉안됐다. 경기도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D 씨와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E 씨는 서울의 장례식장에서 장례가 치러졌고, 역시 부산추모공원에 봉안됐다. 이들은 모두 부모님이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고 부산시는 밝혔다.

이에 따라 부산에 본인의 연고가 있거나, 장례를 치를 유가족이 거주해 부산에서 장례와 봉안 등의 절차가 진행된 사망자는 모두 6명으로 늘었다.

1일 오전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집계한 사망자는 모두 156명이다. 중상자로 분류됐던 20대 여성 2명이 상태가 악화돼 각각 지난달 31일 오후와 1일 오전 숨져 앞서 31일 오전 발표된 사망자 수보다 2명이 늘었다. 사망자 중 여성이 101명, 남성이 55명이다. 사망자 중 외국인은 14개국 26명이다.

중상자는 29명, 경상자는 122명으로 부상자는 총 151명이다. 부상자 중 111명은 귀가했다. 현재 40명이 25개 병원에 분산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중상자가 많아 앞으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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