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기간 제주도 연수 하동군의회, 비난 여론에 복귀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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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난 와중에 3박 4일 일정
호텔 연기 안 된다고 결국 강행
출발 전부터 부적절 의견 많아
논란 일자 도중하차, 사과문 내

하동군의회 전경. 김현우 기자 하동군의회 전경. 김현우 기자

이태원 참사로 인해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된 가운데 경남 하동군의회가 제주도로 연수를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계속되는 비판 여론에 군의원들은 결국 아무런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채 복귀를 결정했다.

하동군의회 이하옥 의장을 비롯한 군의원 11명(국민의힘 5명·더불어민주당 4명·무소속 2명)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도 연수를 갔다.

이들은 제주도에서 예산편성 심의와 결산심사, 의정활동 전반,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의원정책연구회 운용 등에 대한 전문가 강의를 듣기로 했다. 또 제주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공장과 재활용 도움센터 등 지역특성화사업 현장 비교 견학 일정도 잡았다.

연수 비용은 교육비와 항공료, 4성급 호텔 숙박비 등을 포함해 1800만 원 안팎으로 1인 당 160만 원 정도다. 수행 공무원 4명의 경비 600여만 원은 별도로 책정됐다.


10월 19일 열린 제316회 하동군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김현우 기자 10월 19일 열린 제316회 하동군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김현우 기자

이들이 비난을 받은 건 연수 기간이 국가애도기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애도기간 동안 모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시급하지 않은 행사를 연기하라고 주문했다. 여야 각 정당 역시 비슷한 주문을 했지만 군의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수를 떠났다.

연수 전 의원 간담회에서 애도기간에 제주도로 연수를 가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취소 위약금이 700만 원에 달해 그대로 강행을 결정했다.

한 군의원은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교육 연수인 만큼 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가게 됐다”며 “초선 의원이 5명이라 원활한 의정 활동을 위해 교육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한 군의원은 “군민 세금으로 가는데 위약금이 상당했고, 호텔 예약도 연기가 안 되는 상태였다”며 “국가애도기간이라 저녁 회식도 잡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면서 제주도 연수는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첫날 점심식사 이후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이 민주당 정영섭, 박희성, 김혜수, 최민경 군의원에게 복귀를 요청했고, 이들은 모두 도중하차를 선언했다.

이들은 곧바로 낸 입장문을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크게 실망하셨을 하동군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드린다”면서 “이번 교육연수 프로그램이 기초의원들에게 필수적인 교육이라는 짧은 생각에 제주행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무리 의원들에게 필요한 교육연수라 하더라도 국가애도기간 중에 강행할 사안은 아니었다”며 앞으로 자숙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 하동군의원 입장문. 경남도당 홈페이지 캡쳐 더불어민주당 하동군의원 입장문. 경남도당 홈페이지 캡쳐

나머지 의원들 역시 복귀를 결정했다.

먼저 비행기표를 구한 더불어민주당 군의원 3명이 출발하자 국민의힘 군의원 3명이 다음 비행기로 뒤를 이었다.

표를 구하지 못한 나머지 군의원 5명과 공무원 4명은 2일 오전 제주를 벗어났다.

국가애도기간 중에 연수를 강행했지만 아무런 교육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채 시간과 돈만 낭비한 셈이다.

한 군민은 “이런 국가적인 큰 사고(이태원 참사)가 터진 상황에서는 연수를 가지 않는 게 맞았다”며 “결국 돈은 돈대로 낭비하고 민심도 잃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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