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대만·북핵 등 현안 논의 ‘진일보’… 갈등 완화엔 ‘회의적’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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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2기’ 양국 정상 첫 대면
무역전쟁 등 이슈서 시각 달라
상대국 관심사 파악에 주력
현안 오해 줄이는 데는 도움
푸틴, G20 불참에 해석 분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릴 인도네시아 발리의 호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14일 오후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신화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릴 인도네시아 발리의 호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14일 오후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신화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곳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외교 무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두 ‘슈퍼파워’의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격화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며 ‘냉전 2기’라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만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의 첨예한 현안과 관련해 추가 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나름의 성과다. 하지만 양국 갈등의 실질적 돌파구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불신·혐오하는 사이를 넘어 주요 글로벌 난제에 대한 접근법을 달리하는 전략적 경쟁국 사이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미·중 간의 무역전쟁과 관련해 중국이 첨단기술 유출이나 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 관행을 지속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강력한 제재를 통해 해결하려 하지만, 중국은 이에 반대한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 일부로 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민주주의 지원을 명분으로 한 미국의 개입을 내정간섭으로 본다. 13일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세 나라 정상이 인도·태평양 권역에서의 ‘현상 변경’에 반대하고 대만 해협 평화·안정 유지를 강조한 것에 대해 시 주석은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역으로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주변 국가의 권익을 대변하면서 강하게 맞섰다. 이처럼 여러 이슈에 대한 두 정상의 시각은 달랐고, 회담장 주변에서는 두 나라 사이의 적대적인 분위기까지 감지될 정도로 냉랭한 기운이 오갔다고 한다. 일찌감치 공식 합의나 공동성명이 나올 가능성은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두 정상은 상대의 우선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각종 현안에서 오해의 소지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삐걱거릴 수 있는 G2(주요 2개국) 관계에 이번 정상회담이 윤활유를 뿌린 효과는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각각 ‘중간선거’와 ‘3연임 확정’이라는 당면한 최대 현안을 넘긴 까닭에 내부를 향해 선명성을 강조할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점도 다행스러운 대목이었다.

시 주석은 지난달 제20차 공산당 사실상 종신집권 체제를 완성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8일 실시된 중간선거 결과 하원에서의 근소한 열세에도 상원을 계속 장악하는 등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호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두 정상 간 대화가 심각한 오해나 군사적 계산착오 같은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국이 사실상 ‘1인 통치 국가’가 된 상황에서 시 주석의 견해를 직접 듣는 것만으로도 향후 대외 전략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이 나왔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해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호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겪은 굴욕을 떠올리며 불참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회의에서 서방 국가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정상 중 가장 먼저 귀국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한 만큼 푸틴 대통령이 불참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다른 일정과 겹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각종 추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반미’ 연대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 러시아의 고립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발리(인도네시아)=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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