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85>이런 우리말!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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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이 책은 전쟁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간의 본질이 부서질 때 인간의 혼과 맺어지는 깊은 관계를 살천스레 드러낸다.’

어느 신간 소개 기사에서 본 구절인데, ‘살천스레’에 눈길이 간다. 보물을 주운 느낌.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살천스레: 쌀쌀하고 매섭게.(그녀가 하도 살천스레 굴기에 말 한마디도 못 붙여 보았다.)

다니지 않는 길은 곧 없어지듯이, 굳이 찾아서 쓰지 않으면 말도 사라지고 만다. 어휘가 줄어들면 생각의 폭도 줄어들게 마련. 그러니 잘 안 쓰는 말을 찾아 쓰는 정성이 구더운 것이다. 자, 여기서 ‘구덥다’는 또 이런 뜻이다. 표준사전을 보자.

*구덥다: 굳건하고 확실하여 아주 미덥다.(그는 내가 구덥다는 표정과 말씨를 완연하게 드러냈다.)

넓은 길을 내는 마음으로, 평소에 잘 쓰지 않던 말들을 애써 써 보면 어떨까 싶다. 이런 말들을….

*고삭부리: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는 사람.

*나꾸러기: 보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낯알다: 얼굴을 기억하고 알아보다.

*뇌꼴스럽다: 보기에 아니꼽고 얄미우며 못마땅한 데가 있다.

*는적거리다: 물체가 자꾸 힘없이 축 처지거나 물러지다.

*도꼭지: 어떤 방면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사람.

*도시다: 물건의 거친 면을 연장으로 곱게 깎아 다듬어 내다.

*되통스럽다: 찬찬하지 못하거나 미련하여 일을 잘 저지를 듯하다.

*범아귀: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의 사이.

*새물내: 빨래하여 이제 막 입은 옷에서 나는 냄새.

*승겁들다: 힘을 들이지 않고 저절로 이루다.

*시틋하다: 마음이 내키지 아니하여 시들하다. ‘시뜻하다’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실쌈스럽다: 말이나 행실이 부지런하고 착실한 데가 있다.

*알짬: 여럿 가운데에 가장 중요한 내용.

*야지랑스럽다: 얄밉도록 능청맞고 천연스럽다.

*왼손좍질: 식사할 때,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왼손으로 쥠. 또는 그런 짓.

*잘겁하다: 뜻밖의 일에 자지러질 정도로 깜짝 놀라다.

*조쌀하다: 늙었어도 얼굴이 깨끗하고 맵시 있다.

마침 지금 tvN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이름이 ‘슈룹’인데, 외국말이 아니라 ‘우산’의 옛말이다. 안 써서 죽은 말인데, 이참에 살아났으면 싶다.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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