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고래는 새끼를 낳은 후 미역을 먹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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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에 밥 한 그릇/김준호·손심심

<미역국에 밥 한 그릇> 표지. <미역국에 밥 한 그릇> 표지.

고래가 미역을 먹는다니! 흥미로운 대목에 시선이 꽂혔다. 1912년 울산에서 ‘한국 귀신고래’를 처음 작명한 미국의 동물학자 앤드루스(1884~1960)는 그의 논문에서 ‘고래가 미역을 먹는다’는 사실을 최초로 보고했다. 앤드루스는 ‘고래의 위에는 짙은 녹색의 물로 가득 차 있었고, 유일한 고체 물질은 다시마 조각, 약간의 바다 잡초, 그리고 밝은 녹색 젤라틴의 작은 덩어리였다’라고 적었다.

고구려인들도 고래가 육지와 가까운 연안에 서식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고래의 해산 후 산후조리 식생활을 세밀하게 관찰해 왔다. 고구려인들은 고래가 일 년 동안 임신을 한 다음, 몸을 풀고 미역을 뜯어 먹는 사실을 알아냈다. 서견(659~729)이 쓴 <초학기>를 보면 ‘고구려인들은 고래가 새끼를 낳은 후 미역을 먹으며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보고, 산부에게 미역을 먹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고래 사례를 벤치마킹해 산모에게 미역을 제공했다.

국악인이자 민속학자로 활동하는 저자는 <미역국에 밥 한 그릇>을 통해 우리 식문화에서 중요한 쌀밥과 보리밥, 미역국의 역사와 문화원형, 언어학적 관점, 생활에 끼친 영향 등을 보여준다. 적어도 한민족에게 미역국과 쌀밥, 보리밥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수천 년간 우리 고유한 문화와 정서를 담고 있는 위대하고 신앙적인 음식임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전래민요도 수록했으며, 손심심(국가무형문화재 동래야류 회장) 전통예술가가 따듯한 삽화를 그려 읽는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미역국에 밥 한 그릇을 말아 먹은 것처럼 읽은 이의 뱃속과 머릿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책이다. 김준호 글·손심심 그림/학이사/272쪽/1만 8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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