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서 수의대 심포지엄 개최…"의생명 융합교육·연구 메카로"

김형일 부산닷컴 기자 ksol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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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총장 차정인)는 부산지역 거점대학 수의과대학 설립의 필요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수의사 인력 불균형 해소와 인력 양성 방안 마련’에 관한 「부산대학교 수의과대학 설립 심포지엄」을 마련, 14일 오후 대학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교내외의 뜨거운 관심 속에 개최됐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행사는 부산대 차정인 총장과 교내 구성원은 물론, 서병수 국회의원과 나동연 양산시장 및 한국환경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산시 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 등 전문가와 시민 등 외부 인사들이 참석해 총 3부에 걸쳐 진행됐다. 이영락 부산시수의사회장도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해 경청했다.

1부 차정인 부산대 총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2부에서는 강동묵 부산대 의무부총장이 ‘부산대학교 수의과대학 설립 과제’에 관해 주제 발표하고,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이 ‘원헬스: 야생동물 매개 질병에 대한 생태학(수의학의 협력에 관하여)’을 주제로 발표했다. 3부는 ‘부산대학교 수의과대학 설립 유치 패널 토의’로 열렸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코로나19 이후 인수공통감염병의 전문가이자 원헬스(one health)의 핵심인력인 수의사와 수의학이 의생명과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에 부산대는 지난 2020년 국정감사를 통해 수의과대학 설립추진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수의과대 추진 TF를 구성해 관련 조사와 연구를 하고, 관계 부처 및 주요 기관들의 자문을 거쳐 최종적으로 지난 10월 26일 교육부에 수의과대학 설립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차 총장은 “부산대는 의약계열 학과와 생명과학 학과를 모두 갖추고 있고, 공학과 의학을 결합한 정보의생명공학대학까지 두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청과 협력해 내년 1학기에 국내 대학 최초로 인수공통감염병(원헬스) 관련 교육과정도 개설한다. 여기에 수의과대학까지 설립돼 의생명과학 분야의 모든 학문분야가 완성되면, 부산대는 의생명 융합교육과 연구의 메카로 거듭나,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역동적인 융합연구를 펼쳐나갈 수 있고, 그 효과는 부산지역을 넘어서서 우리나라 제2권역인 동남권의 의생명산업, 바이오산업 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대학교 수의과대학 설립 과제’로 주제 발표에 나선 강동묵 부산대 의무부총장은 “우리나라에는 수도권에 서울대와 건국대를 포함한 2개 대학과 8개 권역별로 각 1개의 거점국립대 8개로 총 10개의 수의과대학이 있으며, 총 정원은 496명”이라며 “10개의 거점국립대 중 수의대가 없는 곳은 부산대가 유일하고, 특히 부산·울산·경남권역에는 서부경남 진주에 위치한 경상국립대에만 수의대가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강 부총장은 “전국 17개 행정구역별로 인구 10만 명당 수의사 수의 평균은 22.31명인데 반해, 부산지역은 13.06명으로 전국 16번째”라며 “17위는 울산, 16위 부산, 15위가 경남으로, 최하위 3곳이 부산·울산·경남”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대학교 차정인 총장. 부산대 제공 부산대학교 차정인 총장. 부산대 제공

부울경권역은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수의대가 경상국립대에 1곳 설치돼 있다. 전체 인구의 1%가 있는 제주도에도 수의대가 1곳 있고, 전체 인구의 3%인 강원도에도 수의대가 설치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권역별 1개 수의대는 수의사 공급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의사 인력 공급의 불균형은 대학 진학 시에도 나타난다. 강 부총장은 “부산지역 학생들이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타 지역의 수의대로 진학하고 있는 실정으로, 진주의 경상국립대 수의과대 학생의 19.3%가 부산지역 학생들이며, 경북대 수의과대 학생의 10%가 부산지역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부총장은 이 같은 상황과 맞물려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수의사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심도 있게 설명했다. 그는 “수의사 인력 양성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로 △ 첫째, 국가 의생명 산업 활성화를 위한 수의사 양성 확대 △ 둘째,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전문 방역체계 고도화 및 역할 강화 △ 셋째, 해양바이오산업 및 수산생물 분야 수의 인력 양성 필요 △ 넷째, 동남권 의생명·해양바이오산업 활성화, 전문 방역체계 고도화 및 부산지역 수의 인력 확보” 등을 들며 “동남권의 수의학적 문제에 신속 대응하고 연구·자문할 수 있는 부산지역 수의인력 양성기관의 유치가 필요하며 지역의 거점국립대로 부산대가 그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부총장은 “부산대 수의과대학은 의생명교육과정에 특화된 부산대 기반 인적자원과 연계해 수의연구실험분야, 산업동물분야, 가축방역 및 재난관리분야에 대한 특화 교육과정으로 운영할 계획”임을 전했다.

그는 “부산대 수의과대는 비전2040을 구축해 미래 수의산업과 수의학 연구의 핵심이 될 인재를 양성하고자 기존의 수의과대학과 차별화되는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미래 변화하는 수의 산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현재 반려동물 집중되는 수의사의 영역을 연구, 검역, 방역, 산업동물, 원헬스분야로 확대해 수의학을 기반한 의생명융합연구와 수의산업의 미래를 위한 전문 인력을 부산대학교에서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이 ‘원헬스: 야생동물 매개 질병에 대한 생태학(수의학의 협력에 관하여)’을 주제로 두 번째 발표에 나섰다.

이후승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인플루엔자 등 해외 인수공통감염병 유입과 기후 및 생활문화 변화로 인한 인수공통 및 매개체감염병 확산으로 국가공중보건 위기가 한계에 노출돼 있다”면서 “이를 대응·방지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는 생태-수의-의학의 통합적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사람-동물-환경’이 모두 생태계의 건강으로 연계돼 있다는 ‘원헬스’ 개념으로,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다차원적인 정책적 협력전략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이 연구위원은 “야생동물을 매개로 하는 질병에 대해 영국 등 해외에서는 크게 자연생태계 모니터링, 시료를 통한 바이러스 검출, 검출 확인 시 감염된 동물에 대한 대응방안 추진의 3단계로 생태학-수의학 협력을 통한 ‘질병대응 긴급행동’ 전략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국내에서는 인수공통감염병 등 다양한 유형의 건강위협 요인이 증가하면서 2018년 농림식품부-과기정통부-환경부-복지부 등이 공동으로 협력대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건강정책에 도입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전에는 모니터링에 있어 부처별로 중복 운영해 전문성과 체계적인 현황 파악에 한계가 있었지만, 올해 2022년도에는 개선돼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농식품부와 환경부가 협력해 철새 정보 알림시스템 및 위험주의보 기본원칙을 함께 세워 운영하고 있다”며 “이처럼 국내 생태학-수의학 협력정책 전환이 이뤄짐에 따라 이와 관련된 연구 기반 또한 확충하고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원헬스 관련 학과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3부에서는 ‘부산대학교 수의과대학 설립 유치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패널 토의에는 유학선 부산대 의학과 교수, 이정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우승현 부산시 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 사무총장이 참여해 토의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유학선 부산대 의학과 교수는 “국제 규모의 부산항과 국제공항을 갖고 있는 부산은 대한민국의 주요 관문으로 전문 방역 인력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부산지역의 가축방역관 수는 적정인원 대비 60% 부족해 2021년 기준 전국 최하위”라며 “부산지역의 지역특화산업인 해양바이오산업 고도화 및 수산업 고부가 가치화를 위한 지원 및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특히 수의인력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낙후된 부산·경남 지역의 바이오·의약품 관련 산업을 활성화함으로써 국가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이를 위해 기존의 임상수의학 위주의 교육과정을 탈피하고 기초의생명연구, 산업동물 및 동물복지, 원헬스학, 감염병역학조사 및 관리학,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이용한 방역 시스템 고도화 등 관련 분야의 교육과정을 더 강화 또는 특화할 필요가 있다”며 “부산대 수의대는 재난형 인수공통전염병 및 미래 산업에 대비한 수의사, 지역산업 맞춤형 연구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구성할 것”이라고 예정했다.

이정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해양바이오산업이 2022년 산업규모 7조 원에서 5년 후 1.6배인 11조 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시장도 매년 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 뒤, “해양 생물 의약품 연구 및 개발 단계에서 진행되는 동물실험 분야에서 수의과학자가 필요하나 매우 부족한 실정”임을 지적하며 “해양 수도인 부산이 선도적으로 해양바이오산업을 견인하기 위해서 부산대학교 수의대 설립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생물 안보(Bio Security)는 국가 외부로부터 들어올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질병과 바이러스를 막아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차원에서 부산은 국제적 규모인 부산항과 김해국제공항이 있어 생물 안보를 위한 매우 중요한 입지”라며 “방역 인력을 비롯한 방역 체계 구축 및 연구를 위한 수의과학자가 배출되고, 이로 인해 수의사들이 반려동물에만 분야를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진출 범위를 더 크고 다양하게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우승현 부산시 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 사무총장은 “요즘 ‘의치한약수’라는 말이 있다.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로, 이들 최상위 계열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부산에서는 수의사를 꿈꾸더라도 부산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할 수가 없다. 거점국립대 중 유일하게 부산대만 수의대가 없기 때문이다. 전국에는 10개 수의대가 있는데 1989년 이후 정원이 동결돼 33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반면 반려동물 가구수, 지역의 인구수, 수의산업은 성장해 왔는데, 이를 뒷받침할 전문인력은 33년간 고정돼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우 사무총장은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수 학생들이 부산에서 본인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역 인재의 지역 정주 여건을 직접 만들어줘야 한다.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부산시 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의 임원으로서 부산지역에 수의과대학이 설립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바랐다.


김형일 부산닷컴 기자 ksol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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