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채팅방서 기밀 문건 유출”… 민낯 드러난 미국의 보안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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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애용 ‘디스코드’에 퍼져
텔레그램·트위터로 정보 퍼 날라
정확한 규모 몰라 ‘빙산의 일각’
미 국방부 “법무부에서 수사 중”

미국 국방부의 기밀 문건이 올해 1월 게임 사용자들이 즐겨 찾는 소셜미디어에 유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존 커비(오른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실 전략소조정관과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이 10일 백악관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방부 문건 유출 사태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국방부의 기밀 문건이 올해 1월 게임 사용자들이 즐겨 찾는 소셜미디어에 유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존 커비(오른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실 전략소조정관과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이 10일 백악관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방부 문건 유출 사태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민감한 정보를 담고 있는 미국 국방부의 기밀 문건(부산일보 11일 자 11면 등 보도)이 어처구니 없게도 온라인 게임 사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채팅방에 유포된 뒤 다른 소셜미디어로 옮겨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유포 시점도 애초 3월이 아닌 올해 1월께라는 의혹이 제기된데다 유출 문건의 규모도 아직 정확하지 않아 이번 사태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보도도 쏟아지고 있다.

미국 AP통신은 이번에 유출된 기밀 문서의 대규모 유출이 게임 이용자와 해당 산업 종사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디스코드’의 채팅방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스코드는 실시간 음성과 영상, 텍스트 채팅을 제공한다. 디스코드 이용자들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야기가 전환됐고, 유출된 문서들은 주로 디스코드 플랫폼에서 몇 주 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떠돌았다. 나중에 트위터와 텔레그램을 비롯한 다른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기밀 문건이 전파되면서 미국 관리들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고 AP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최고 기밀 등급으로 분류된 파일들은 1월에 익명의 회원에 의해 작은 그룹에서 최초로 공유됐다. 해당 파일들은 1차적으로 12명 이상의 작은 그룹에서 공유된 뒤 보다 큰 그룹에서도 공유되기 전까지 해당 그룹 안에 정보가 공유되고 있었다. WSJ 보도가 정확하다면, 미국 정부는 적어도 3개월 동안 기밀 문건의 유출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CNN은 디스코드에 올라왔던 게시물 스크린샷을 확인한 결과 크기가 작게 접힌 문서들이 잡지 위에 놓여있었고, 지퍼백이나 고릴라표 접착제 등이 주위에 있었다고 전했다. CNN은 “해당 문서들이 마치 안전한 장소에서 제거되기 전에 서둘러 접혀 주머니에 쑤셔 넣은 모양새”라고 관련 소식통의 말을 인용했다. 디스코드 대변인은 지난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수사에 대해 법 집행 기관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출된 문건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해당 문서 중에는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 시스템 미사일이 다음 달 초 바닥날 수 있다는 민감한 정보도 포함돼 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최대 100개의 문서들 중 하나는 2월에 작성된 기밀 문서로 소련 시대의 S-300 대공 미사일이 현재 발사 속도를 유지할 경우 5월 2일께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크리스 미거 미 국방장관 공보담당 보좌관은 10일 언론 브리핑에서 해당 문건이 오랫동안 인터넷에 노출돼 있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문제에 대해 해당 부서에서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고, 법무부가 범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 문서들이 온라인에 유포되면 국가 안보에 매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허위 정보가 퍼질 가능성도 있다”고 답변했다. 미거 보좌관은 또 누가 유출 배후에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이번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조사 단계에 대한 세부 사항에 대해 더이상 말하지 않겠다”며 “조사를 앞서 나가거나 추측도 하지 않을 것이다”며 말을 아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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