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바다에서 일본과 협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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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계해양포럼 기획위원

한·일어업협정 체결 안 돼 손실 막대
정부, 日 협력 국정과제로 삼아 다행
‘카보타지 제도’ 특정 지역 도입 등
하나 주고 하나 받는 상생전략 필요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규슈대학을 다녀왔다. 후쿠오카 시내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많았다. 시내 곳곳에 우리말도 적혀 있었다. 부산과 후쿠오카 사이에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페리가 다닌다. 부산과 후쿠오카를 잇는 교통편이 너무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부관페리는 이미 수십 년간 우리나라와 일본을 잇고 있다. 부산과 후쿠오카는 지척이다. 나는 후쿠오카에서 좋아하는 장어덮밥을 먹고 온천을 하고 왔다. 활어차는 선박에 실려서 양국을 오간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상품을 실어 나르는 피드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현해탄을 건넌다. 양 도시는 같은 생활권에 속해 있는 것 같다.

규슈대학은 외국 학생을 불러 모아서 영어로 법학석사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부산대학을 졸업하고 이 과정을 거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분도 있다. 현재 한국인 교수 한 명이 이 과정의 전임교수로 일한다. 정치권에서의 공방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인적·물적 교류가 이렇게 활발하다. 특히 부산과 후쿠오카는 그러하다. 부산과 후쿠오카의 경제공동체는 여러 모로 매력적이다. 각기 다른 국가 속의 지방정부이지만 서로 최대한의 경제협력을 하자는 것이다. 마침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대화와 상생을 국정과제로 삼고 나왔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바다 산업에서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부울경과 규슈지방은 바다를 통해서 쉽게 연결된다. 일본과의 대화와 상생을 시도해야 한다면 부산과 해양산업만큼 적절한 지역과 분야가 없을 것이다.


대화와 상생으로 풀어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한·일어업협정 부속서 성격인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어로 작업 협정이다. 1984년 유엔해양법협약이 생기면서 배타적 경제수역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과거 공해라서 마음대로 어로 활동을 하던 해역을 연안국이 관할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 영해 가까이에서 조업하던 우리 어선은 더 이상 어로 작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1999년 신한·일어업협정이 발효되어 일본 어선은 우리나라 동해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반대로 우리 어선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조업을 허락하는 부속 협정이 체결되었다. 우리 어선들이 일본보다 3배나 많은 어획을 올려서 우리에게 유리했다. 2016년 이래로 협정이 체결되지 못해서 우리 어선들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어로 활동을 못 하고 있다. 이로 인한 조업 손실은 연평균 6만 3000t(어업수입 감소액 연평균 609억 원)이나 된다.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일본의 수출품을 적재한 컨테이너 70만TEU가 우리나라 장금상선, 고려해운, 태영상선, 천경해운 등과 같은 피드선사의 선박에 실려서 부산항에 온다. 부산항에서는 일본의 NYK 등 대형 컨테이너 선박에 실려서 미국 등으로 건너간다. 일본은 고베 대지진 이후 부산항의 발전에 눌려서 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보내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피드선사와 부산항이 없으면 일본은 수출입이 어려워진다. 철옹성 같았던 일본 선주들의 일본 조선소 발주 경향도 무너지고 있다. 기술력에서 앞선 우리 대형조선소에 LNG선박을 발주하는 것이다. 일본은 3500척의 상선 선박을 운항하고 있다. 1100척은 일본 선사가 소유하는 선박이고, 그중 절반은 직접 선원을 채용한다. 일본은 선원 교육이 쇠퇴했기에 우리가 우수한 선원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는 안정적인 공급망의 요체를 일본에 제공하면서 어로 협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일본과 우리는 국제무역에서 분업체제를 유지할 때 서로 도움이 되는 것이 많다. 그 중 ‘카보타지(Cabotage) 제도’가 있다. 자국 내항의 화물은 모두 국적선사들이 운항하는 제도이다. 부산에서 인천으로 가는 화물은 외국 선사는 운송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한·일이 서로 카보타지 제도를 특정 지역에 도입한다면 한국과 일본 사이의 운송은 양 국적의 선박과 운송인만이 할 수 있게 된다. 국적 운송인들에게 운송의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다. 카보타지 제도는 자국에서 건조된 선박과 자국 선원에도 적용할 수 있다. 조선업과 선원 육성이 쇠퇴한 일본에게 우리는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 국가 간의 상호협력은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아 오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는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우위에 있기에 가능하다. 바다 산업이 한·일 간 상호협력의 시대를 열어 가는 선봉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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