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치 아래 답답하고 더부룩한데…“원인 몰라 더 답답해요”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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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 기능 떨어진 ‘비만 증상’ 한방치료
불규칙한 생활·식사, 스트레스 등 원인
한약 치료와 약침·침 치료 병행하면 효과
만성·반복적 증상은 3개월 이상 치료해야

비만이란 가슴 아래가 막히고 가득 차서 답답하지만 만져도 형체와 통증이 없는 증상을 말한다. 비만이란 가슴 아래가 막히고 가득 차서 답답하지만 만져도 형체와 통증이 없는 증상을 말한다.

“밥을 먹고 나면 명치 아래가 답답하고 더부룩한 느낌이에요. 식사 후 한참이 지나도 소화가 안 되고 속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 계속됩니다.” 최근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의 영향으로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한방에서는 이를 (뱃속이)결릴 비(痞) 자를 써서 ‘비만(痞滿)’이라고 한다. 비만은 상복부가 막혀서 답답하고 가슴이 가득 차서 답답하며 만져도 형체와 통증이 없는 증상을 말한다.


■비만이 발생하는 원인은

‘비만’은 소화기관의 기능성 혹은 기질적 병변으로 발생하는 질환인 만성위염, 기능적 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질환, 식도협착 등을 포함한다. 한방에서 보는 비만의 원인은 불규칙한 생활과 불규칙한 식사,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다.

한방에서는 인체 중앙에 위치한 비위(비장과 위)가 기운의 승강(위아래 순환)을 조절한다고 본다. 기운의 승강이란 인체를 호위하는 기운인 위기(衛氣)가 위로 뻗고 아래로 내려가게 하는 등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비위의 운화(소화 흡수와 영양 공급)와 승강(위아래 순환) 기능을 잃으면 비만이 발병한다. 비만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병의 위치는 위와 비장이다. 비만을 일으키는 각종 원인은 서로 관련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배유빈 태흥당한의원 사직점 원장은 “과음이나 포식, 차가운 음식 등을 자주 먹으면 소화기가 위치한 중초(中焦, 가로막 아래로부터 배꼽 이상의 부위)의 양기가 손상되고 비장과 위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게 돼 가슴 아래가 답답하고 편하지 않은 증상과 식욕 부진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기운의 흐름을 막고 비위의 승강 기능을 방해한다. 한의학에는 ‘多思則氣結(다사즉기결, 지나치게 걱정하면 기운이 맺힘), 暴怒則氣上(폭노즉기상, 지나치게 노하면 기운이 올라감), 悲憂則氣鬱(비우즉기울, 슬프고 우울하면 기운이 막힘), 驚恐則氣亂(경공즉기란, 지나친 두려움은 기운을 혼란스럽게 함)’이라는 말이 있다. 걱정을 많이 하거나, 분노, 불안감, 우울감, 공포감 등의 감정이 반복되면 이에 따라 기운의 흐름이 맺히거나, 위로 올라가 버리거나, 응집되거나 어지러워지게 된다는 뜻이다.

비위가 허약한 것도 비만의 원인이 된다. 평소 소화기가 튼튼하지 않고 식습관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 기름진 음식이나 군것질을 절제하지 못하는 경우, 병을 앓고 난 뒤 위장의 기운이 회복되지 않은 경우에는 비위가 섭취한 음식을 받아들이고 운반하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비만이 발생하게 된다.


배유빈 태흥당한의원 사직점 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태흥당한의원 제공 배유빈 태흥당한의원 사직점 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태흥당한의원 제공

■비만의 진단과 치료 방법

비만 환자 본인은 자각 증상이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겪지만 외적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답답해한다. 위내시경, 복부초음파, CT 검사를 해도 큰 이상소견이 없다는 진단을 받기도 한다. 증상 초반에는 ‘잠시 체한 거겠지’하고 지나치다가, 위 기능이 많이 약해지고 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한의원에서는 비만 환자를 진단할 때는 가장 먼저 현재 몸 상태 파악과 원인 체크를 위한 문진표 작성을 토대로 상담을 진행한다. 이후 스트레스와 연관된 자율신경계와 혈관 상태를 파악하는 맥파검사, 소화기 상태 체크를 위한 복진, 맥진, 설진을 시행한다.

발병 원인을 찾았다면 환자 개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평위산, 보화환, 보중익기탕 등의 한약 치료로 소화 기능을 개선하면서 위장관 운동을 도와주는 치료를 한다. 또 소화력을 촉진하는 약침 치료, 침 치료, 뜸 치료, 부항 치료를 병행한다.

한방에서 비만을 치료할 때는 허증(虛證)과 실증(實證)으로 구분해 원인에 따라 ‘虛則補之 實則瀉之(허측보지 실측사지, 부족하면 채우고 넘치면 덜어낸다)’의 원칙을 적용한다. 허증의 경우엔 보(補)하는 치료를, 실증의 경우엔 사(瀉)하는 치료를 하는 것. 체력이 강하고 기운이 실한데 속이 답답한 경우에는 지실, 황련, 청피, 진피, 지각을 사용한다. 평소 체력과 기운이 약한데 음식이 소화되지 않아 답답한 경우에는 백출, 산사, 신곡, 맥아, 진피를 쓴다.

가벼운 증상이라면 약침과 침 치료만으로도 개선되지만, 반복적이거나 만성적인 경우에는 한약 치료가 주가 되어 전반적인 소화 기능 강화와 위장 환경을 조성한다. 몸이 아주 허약한 경우에는 체력을 보강하고 약해진 기운을 올려주는 공진단을 같이 복용하기도 하며, 주 2~3회의 침 치료를 병행한다.

배유빈 원장은 “비만의 예후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 대부분 2~4주 정도 치료하면 낫지만, 만성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3개월 이상의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정확한 진단과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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