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상한선 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LH, 매입가 가이드라인 논의
“제3자 매입 땐 살 이유 없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관계부처 관계자들과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관계부처 관계자들과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우선매수할 때 ‘가격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LH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갈 때 피해 임차인으로부터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우선매수를 할 수 있는데 이 때 매입가격에 상한을 두기로 한 것.

1일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경매·공매로 넘어간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LH가 우선매수권으로 매입할 때 적정 매입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두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이다.

우선매수권 행사 금액이 싼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제3자에 의해 비싸게 입찰이 들어오면 LH가 굳이 비싼 값에 대신 매입할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LH가 경매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때 피해 주택 대부분은 금융기관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어 낙찰대금을 금융기관이 대부분 가져간다.

만약 피해주택이 고가 낙찰되면 후순위인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금액도 커질 수 있지만 이 경우 제3자 낙찰을 인정하는 게 낫지, LH가 높은 가격으로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LH의 매입임대사업 정책과도 배치된다. 앞서 LH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인 서울 강북구 ‘수유 칸타빌’을 매입임대주택으로 사들였다가 고가 매입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따라 LH는 최근 준공 주택에 대해서는 ‘원가 이하’ 매입을 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LH는 우선매수 금액에 대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두고, 적정 매입가격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가이드라인 이상으로 응찰자가 나서면 그 사람이 낙찰받도록 하고 LH는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대신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경우 LH는 확보하고 있는 다른 매입임대주택을 피해자에게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우선 검토되는 기준은 해당 지역의 평균 낙찰가율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다세대·연립) 등 유형별 특수성과 주변 여건·선호도 등을 고려해 적정 매입 상한 기준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우선매수권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주택은 고가 낙찰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LH는 빌라왕 피해자의 사례처럼 피해 임차인이 선순위 근저당권 없는 1순위로 대항력을 갖춘 경우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차인이 선순위인 경우 해당 주택이 경매에 들어가도 계속 점유(거주)가 가능한 데다, LH가 해당 주택을 경매에서 낙찰받으면 임차보증금 전액을 임차인에게 반환해줘야 해 수용하기 힘들다”며 “임차인이 자력으로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LH가 매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