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당 당원 1000만 명 시대? 다수가 유령당원”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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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 공개

2021년 인구 대비 20.2% 비율
영국 등 유럽국가는 2~3% 불과
“선관위 등록 3분의2 이상 허수”
매집된 당원·팬덤 당원도 문제

우리나라 각 정당의 당원 수를 합하면 1000만 명이 넘지만 다수가 ‘유령당원’ 등으로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모습. 연합뉴스 제공. 우리나라 각 정당의 당원 수를 합하면 1000만 명이 넘지만 다수가 ‘유령당원’ 등으로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모습. 연합뉴스 제공.

우리나라 각 정당의 당원 수를 합하면 1000만 명이 넘지만 다수가 ‘유령당원’ 등으로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구 대비 당원 비율이 주요 선진국의 10배에 달하지만 자신이 당원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 사실상 ‘허수’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1일 공개한 ‘만들어진 당원:우리는 어떻게 1000만 당원을 가진 나라가 되었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당원 수가 1042만 9577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 정당들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2021년도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 자료(2022년 11월 공개)에 근거한 수치다.

권리당원 이외에 일반당원까지 포함한 이 자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기준으로 당원이 485만 명에 달하고 국민의힘은 407만 명이었다. 부산의 경우 민주당 당원이 15만여 명이고 국민의힘 당원이 24만여 명이었다.

다만 일반당원과 달리 매월 꾸준히 당비를 납부하는 권리·책임당원은 소수에 그쳤다.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각각 ‘자격있는’ 권리·책임당원 수는 각각 72만여 명과 57만여 명이었다.

우리나라 정당의 전체 당원 수는 인구 대비 20.2%, 유권자 대비 23.6%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었던 2022년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당원의 수는 더 증가해 “사실상 4명의 유권자 가운데 1 명은 당원인 나라가 돼 있을 것”이라는 게 국회미래연구원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당원 비율은 주요 선진국의 10배 수준이다. 2021년 중앙선관위선거연수원이 발표한 ‘각국의 정당·정치자금제도 비교연구’에 따르 영국은 보수당 당원이 2021년 기준 약 20만 명이고 노동당 당원은 2020년 11월 기준으로 50만 명 정도다. 전체적으로 당원 규모는 인구 대비 2% 수준이다. 유럽에서 당원 규모가 비교적 큰 스웨덴도 전체 당원 수가 인구 대비 3% 정도다.

비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4대 1의 경쟁을 뚫어야 당원이 될 수 있는 있는 중국도 2022년 기준 인구 대비 7.1%가 공산당 당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미래연구원은 “한국의 당원 규모는 놀랍다”면서 “이런 당원 규모는 1945년 기준 850만에서 900만 당원을 가졌던 독일 나치당에서나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드문 당원의 수는 “만들어진 당원” 때문이라는 게 국회미래연구원의 분석이다. 연구원은 “2019년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자신이 당원임을 인지하고 있는 조사 대상은 5.8%였다”면서 “선관위에 신고된 2019년 당원 수 가운데 71.4%는 자신이 당원인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당원으로 선관위에 보고된 숫자”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또 최근 언론보도를 인용해 민주당 광주시당의 조사 결과 “지역구별로 많게는 ‘유령 당원’이 95%에 달했다”면서 “선관위에 등록된 당원 수의 최소 3분의 2 이상이 허수”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당비를 내지 않는 일반당원의 대부분이 허수 당원이라는 사실에 의원들과 당직자들 모두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래된 당원 명부에서 당적 유지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거나, 새로 가입됐지만 본인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 당원 가입시 의사가 있었으나 이후 활동하지 않는 경우 등이 ‘허수 당원’의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비자발적 당원 모집’ 가운데는 ‘매집책’을 두고 직능단체, 종교단체, 노동조합, 체육계, 동창회 등에서 모은 명단을 당원으로 제출하는 사례를 증언하는 사람도 있었다.

연구원은 이렇게 ‘매집된 당원’과 대비되는 ‘지배하려는 당원’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배하려는 ‘온라인 당원’들은 “지역에는 관심이 없고 대선후보 경선, 당 대표 선거와 의원들의 일상 활동에 직접 관여하고 통제하려는 열정은 매우 강한” 당원으로 “이들 대다수는 팬덤 당원”이라는 분석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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