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100세 넘게 사는 비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정현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내과 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회장

과거에는 60세만 넘어도 장수한다고 했고, 회갑연도 성대하게 치르곤 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회갑연을 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고, 대신 70세를 축하하는 고희연을 하는 것 같다. 100세를 넘어 사는 분들을 백세인(centenarian, homo-hundred)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00세를 넘은 분들의 수가 2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100세를 넘는 것은 쉽지 않아서, 대략 2500~3000명 중 한 명만이 100세를 넘어 살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백세인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장수 비결을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자.

백세인 대부분은 우울증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하며, 외부 활동과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치매 등 인지 기능의 장애도 거의 없다고 한다. 흔히 나이가 들수록 수면 시간이 짧아진다고 하는데, 백세인 대부분은 하루 8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면이 하루 동안의 육체 및 정신적인 피로와 손상을 정리하고 치유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특성이라고 하겠다. 백세인들은 음주와 흡연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백세인의 중요한 의학적 특징인 ‘질병의 압축’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질병의 압축’이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한 질병인 악성종양과 뇌졸중, 심장병과 같은 심뇌혈관계 질환이 매우 늦은 나이에 짧은 시간 집중돼 나타나는 것을 일컫는다. 일반인은 대략 50대를 넘어가면서 질환 발생이 서서히 증가하는데, 백세인들은 80~90대에 이르러서야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유전적인 소인도 작용하겠지만, 장수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약 300개 유전자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과거 덴마크에서 발표된 일란성 쌍둥이들에 대한 관찰 연구에 따르면 장수와 관련된 유전적인 요인은 30% 정도이고 후천적 요인이 70%라고 한다. 따라서 ‘질병 압축’ 현상의 주된 요인은 위험인자에 적게 노출되는 것이라고 본다.

백세인들은 매끼 식사는 꼭 챙겨 먹고, 편식하지 않으면서 과식도 하지 않는 식사 습관을 가지고 있어 비만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80세 이상의 고령이라도 병원 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등 자신의 건강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 휴대전화나 인터넷 사용에도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은 대략 80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다. 백세인들은 평균보다 대략 15년을 더 사는 것인데, 수명만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만성질환에 의한 통증도 없이 건강하고 활발하게 15년을 더 재미있게 살아간다는 특징을 보여 준다. 백세인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평생에 걸쳐 몸에 해로운 것들을 피하고 건강한 습관들을 유지하며, 꾸준히 운동하고 걱정 근심 없이 밝고 행복하게 생활할 때 건강하게 100세를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