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밥상교육 놀이하듯… ‘음식과 친해지기’부터 어때요”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시교육청 영양교육체험관 가보니

학생들이 간식 선택해 성분 확인
직접 식탁 차리면서 영양소 배워
텃밭, 고추장 제작까지 체험 다양
식재료 밀키트로 가정서 실습 가능
건강한 간식 만들기도 도전해볼 만

아이의 식습관을 바꾸기 위한 영양교육은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부산시교육청 영양교육체험관에서는 ‘교육’이 아닌 ‘놀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영양 교육을 강조한다. 체험관에서는 고추장 만들기 체험. 이재찬 기자 chan@ 아이의 식습관을 바꾸기 위한 영양교육은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부산시교육청 영양교육체험관에서는 ‘교육’이 아닌 ‘놀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영양 교육을 강조한다. 체험관에서는 고추장 만들기 체험. 이재찬 기자 chan@

‘우리 아이는 왜 오이를 안 먹을까’, ‘매일 편의점을 들르는 아이의 식습관을 바꿔줄 수는 없을까.’

어떤 교육보다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 교육이 식습관 교육이다. 인스턴트 음식,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는 것은 하루, 이틀만의 교육으로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전국 최초로 영양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부산시교육청 영양교육체험관에서 식습관 교육의 힌트를 찾아보자.


■영양 교육 대신 영양 놀이

“여러분이 고른 과자와 음료에 적힌 칼로리와 당 수치를 확인해보세요. 칼로리는 250kcal, 당은 17g이 넘으면 손들어 볼까요?”

지난달 25일. 부산 사상구 모동초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골라온 음료수와 과자 속 제품 정보를 상세히 들여다본다. 콜라, 에너지 음료, 커피, 초코 과자 등의 칼로리가 높게 적혀 있자 학생들은 겸연쩍은 듯 미소를 짓는다. 편의점은 부산시교육청 영양교육체험관 1층에 있는 NU 편의점(영양 편의점)이다. 학생들이 직접 간식을 선택하고 영양 요소를 확인하는 전국 유일의 편의점이다.

체험관에서는 먹고 싶은 음식으로 학생들이 직접 식탁을 차리기도 한다. 삼삼오오 모여 밥상을 고민하던 모동초 4학년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에 따라 평소 즐겨 먹는 음식 스티커를 밥상에 차린다. 탕수육, 비빔밥, 순두부찌개 등 다양한 음식이 상에 오른다. 학생들이 식탁을 모두 차리면 교사는 밥상 위 음식의 영양 성분에 대해 설명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영양 성분을 고루 갖춘 밥상이 필요하다는 설명에 따라 밥상에 오르는 음식이 바뀐다. 책으로만 배우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개념을 자신이 직접 차린 밥상으로 체감한다.


함께 직접 영양밥상을 차리며 영양 성분을 배우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함께 직접 영양밥상을 차리며 영양 성분을 배우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금정구 회동동에 있는 전국 유일의 영양교육체험관에서는 영양 ‘교육’ 대신 영양 ‘체험’이 중심을 이룬다. 딱딱한 영양 성분 교육 대신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편의점과 학생들이 좋아하는 조리 체험으로 영양 교육이 이뤄진다. 식중독 균을 방탈출 게임 형태로 찾는 식품안전 119 부스, 가상의 공간에서 VR 영상으로 비빔밥, 샌드위치 만들기, 고추장 제조 체험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2층 체험관에서는 고추장이 발효음식이고 발효음식이 몸에 좋다는 이론 교육을 넘어 체험관에서 직접 고추장 키트를 이용해 고추장을 만들고 고추장을 활용해 평소 좋아하는 소시지와 떡을 함께 꽂은 소떡소떡을 만들 수 있다. 체험관 앞 텃밭에서는 학생들이 계절에 맞게 상추, 감자를 재배한다. 봄에 오는 학생은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오는 학생은 수확을 하는 식이다.

영양교육체험관 류미진 장학사는 “학생들이 식재료에 거부감을 갖지 않고 자연스레 친해지게 하기 위해 식재료 텃밭부터 조리까지 놀이, 체험 형태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간이 편의점에서 평소 식습관을 점검하기도 한다. 이재찬 기자 chan@ 간이 편의점에서 평소 식습관을 점검하기도 한다. 이재찬 기자 chan@

■일상 속 식탁에서 시작되는 교육

체험관은 학교 단위 수업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학교에서 체험관을 찾지 않더라도 언제든 각 가정에서도 영양 교육이 가능하다. 체험관에서는 체험관 방문만큼 가정에서의 부모님과 함께하는 실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체험관에서 각급 학교, 가정으로 신청자에 한해 발송하는 식재료 밀키트를 이용해 음식과 친해져 보는 방법이 있다.

체험관에서는 매년 신청을 받아 고추장 제작 키트, 초코우유 제작 키트 등을 각 가정, 학교에 발송한다. 고추장 제작 키트에는 고춧가루, 메주가루, 소금, 조청, 발효를 돕은 식혜가 담겨 있다. 조리 도구만 있으면 손쉽게 전통 고추장을 만들 수 있다. 고추장을 만들며 발효음식의 장점, 전통음식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평소 잘 먹지 않는 멸치, 건어물 등을 고추장과 결합해 요리한다면 영양 교육이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초코우유 제작 키트의 경우 과당에 노출된 요즘 청소년들에게 우유, 코코아 가루, 설탕, 비이커 등이 담겨 있다. 코코아가루와 설탕을 나눠 우유에 타보면서 평소 즐기는 시판 음료들이 얼마나 당도가 높은지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자신이 즐겨 먹는 음료에 많은 설탕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음료 섭취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 초코우유 만들기는 키트가 없어도 각 가정에서 구매해 아이의 기호식품을 활용해 저당 음식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영양교육체험관 온라인 홈페이지에도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손쉬운 요리법들이 소개돼있다. 기존 음식 레시피 영상과는 달리 아이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식재료에 따른 영양 설명도 함께 덧붙여져 있어 조리 과정을 따라하다보면 단순한 요리 체험 이상의 영양 교육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편의점 간편식, 인스턴트 음식에 쉽게 노출되는 요즘 학생들의 식습관 상 단번에 건강식 밥상으로의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한다. 대신 일상 속 집 식탁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배달음식, 밀키트가 아닌 직접 차린 식탁으로 하루에 한번은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아이가 기피하는 식재료를 잘게 썰어 볶음밥을 만든다던지, 라면의 스프를 조금만 넣어 건강하게 먹기 등의 일상 속 조그만 변화부터 식습관 교육이 이뤄져야한다는 의미다.

부산시교육청 인성체육급식과 송진선 장학사는 “직접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들을 건강한 방법으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평소의 식생활에 대해 학생들이 자각을 하게 된다”며 “한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하기보다는 조그만 변화를 통해 식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