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도 전세사기 터졌다… 소유주 파산에 피해자 두 번 운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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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등 9명 수억 원 보증금 떼여
반환 약속 믿고 임차권 등기 해제
공인중개사 등 소유주 파산 면책
주택 2채 더 있어 피해자는 늘 듯

전세 사기사건이 발생한 김해 대성동의 한 다가구주택. 이경민 기자 min@ 전세 사기사건이 발생한 김해 대성동의 한 다가구주택. 이경민 기자 min@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경남 김해시에서도 피해 사례가 발생해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다가구주택 소유주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파산 면책 결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들은 사실상 구제받을 방법이 없어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30대 A 씨는 2016년 10월 결혼 후 첫 보금자리로 김해 대성동의 한 다가구주택을 구해 보증금 9000만 원을 걸고 전세를 계약했다. 2년 후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A 씨는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하겠다며 소유주인 공인중개사 B 씨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B 씨는 돈이 없다며 버텼고, 이사가 급했던 A 씨는 우선 2018년 10월 12일 주택임차권 등기를 마치고 거처를 옮겼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다가구주택은 명의만 B 씨로 돼 있었을 뿐 공범인 C, D 씨가 공동 투자해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A 씨가 보증금 반환을 재촉하자, B 씨 등 일당은 임차권 등기 설정을 풀어줘야 다른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며 말소를 요구했다. 세입자를 구하면 보증금을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임차권 등기는 기존 집에서 짐을 빼도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그대로 유지 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A 씨는 2018년 11월 임차권 등기를 해제했고, 이듬해 1월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게 됐다. 하지만 B 씨 등은 보증금의 일부인 3600만 원만 돌려줬다. A 씨는 결국 2021년 11월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B 씨 등 일당은 지난해 3월 검찰에 송치됐다.

2020년 8월 이 다가구주택은 경매로 넘어갔고, 4억 9500여만 원에 낙찰돼 주인이 바뀌었다. 임차권 등기를 말소한 A 씨는 경매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놓쳐버렸다.

다른 세입자들 역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반환을 요구하자 이들은 A 씨에게 했던 수법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을 믿은 나머지 세입자 8명도 2019년 12월을 기점으로 모두 임차권 등기를 말소해줬다. A 씨 등 세입자 9명의 전세보증금을 모두 더하면 5억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일부만 반환하고 3억 8400만 원은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민사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이미 재산을 다 빼돌린 이들에게서 받을 수 있는 돈은 없었다.

B 씨 일당의 사기 행각은 이 주택에 국한된 게 아니었다. 이 다가구주택과 불과 몇백m 떨어진 다른 다가구주택 2채를 이용해 같은 방법으로 임차인들에게서 돈을 받아 챙긴 뒤 돌려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피해자와 피해액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B 씨는 2021년 6월 파산선고를 받고, 지난 1월 법원에서 파산 면책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B 씨는 아직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C, D는 지난해 말 검찰이 사기 혐의로 기소해 오는 9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A 씨는 "총 30여 가구가 10억 원가량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한다"며 "돈도 아깝지만,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은 꼭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크다. 요즘 비슷한 전세 사기 사례가 많다.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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