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영삼 민주 기념관’이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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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정 전 부산지방보훈청장


대한민국 제14대 김영삼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화에 거목이었다. 초유의 의원직 상실에 항거해 부마항쟁의 불씨를 제공하였고,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하나회’를 전광석화처럼 제거해 군부의 정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등록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극복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도 발판을 마련했다. 또 우리 민족의 자존감의 중심인 경복궁에 자리 잡은 일제 잔재의 핵심인 중앙청 건물을 철거해 민족 정기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비록 임기 말년에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있다고 해 김영삼 전 전대통령의 민주화를 비롯한 여러 위대한 업적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군부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하나회를 척결하지 않았다면, 그분의 영원한 동지이자 경쟁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15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낮았다고 생각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군부의 비토가 상당했던 점을 고려해 보면, 이처럼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분을 기념하는 시설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 납득이 안 된다. 금방 떠오르는 곳이라고 해야 얼마 전에 개관한 서울 상도동의 김영삼도서관과 경남 거제시 장목면의 생가 기념관 정도다.

 그에 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념관은 수두룩하다. 광주광역시에는 부산의 벡스코에 해당하는 ‘김대중컨벤션센터’가 있고 그 부근을 지나는 지하철 역명도 ‘김대중컨벤션센터역’이다. 정치적 고향인 목포시에는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이 목포항 부근 삼학도에 있다. 심지어는 전남 무안군과 신안군을 연결하는 1km 길이의 연륙교인 ‘김대중대교’도 있다. 그 이외에도 생가인 신안군 하의도에 기념관과 서울 동교동에는 연세대학교 부설로 ‘김대중도서관’이 있고 경기 고양시 일산에도 잠시 거주했던 주택을 기념관으로 해 놓았다.

 우리나라 민주화의 양 축을 이루는 두 분에 대한 기념 시설로 보면 너무나 대비된다고 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김영삼’이란 이름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부산 중앙·민주공원에 민주화 기념관을 건립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일부에서는 그 기념관 명칭을 제정함에 있어서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에 있는 생가 기념관이 있다고 해 ‘김영삼(YS) 기념관’이란 명칭에 주저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필자도 거제시의 기념관을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거제 시내도 아닌 외지에 일반 국민들이 접근하기에는 결코 녹록하지 않다. 시설 면에서도 생가지 대통령 기념관은 보통의 주택 정도이기에 종합적인 기념관으로 보기에는 여러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많다. 그러기에 민주화의 성지인 부산에서 이번에 야심차게 내놓은 민주주의 기념 시설을 단순한 민주기념관 또는 부산이 배출한 대통령 기념관 등 추상적이고 모호한 이름보다는, 부산이 낳은 위대한 민주화의 거목 ‘김영삼 민주 기념관’으로 명명해야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 전 대통령이 평생 민주주의에 대한 위대한 헌신과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통한 선진화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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