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편의점 옛말… 냉방비 등 무서워 심야 영업 포기 속출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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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요금 5.3% 전격 인상
에어컨 사용 급증 여름철 큰 부담
자영업자 “점점 더 버티기 어려워”

16일 서울의 한 CU편의점에 밀폐형 냉장고가 시범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16일 서울의 한 CU편의점에 밀폐형 냉장고가 시범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전기·가스요금이 16일부터 동시에 오르자 자영업자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임대료 등 고정 지출이 늘어 사업 소득은 줄었는데 에어컨 등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두고 전기·가스요금이 동시에 올라 경제적인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부산에서 밀면 가게 3곳을 운영하는 ‘사직밀면’ 안희원 사장은 “평소 가게마다 월 50만 원 정도 나오는 전기료가 여름엔 100만 원에 육박했다. 올여름엔 100만 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며 “고물가가 이어져 고정지출 비용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이라 자영업자는 점점 더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영구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조숙희 사장은 “올해 관리비가 이미 지난해보다 30% 올랐다. 여기서 더 오르니 올여름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깃집이라 인건비도 다른 음식점보다 더 든다. 고깃값은 쉽게 올릴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5일 "16일부터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8원, 도시가스 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현재 수준보다 각각 5.3% 인상됐다. 4인 가구 기준으로 각 가정이 매달 추가 부담해야 할 전기·가스요금은 7000원 정도 된다. 이미 지난 1분기에도 역대 최고 수준인 kWh당 13.1원이 올라 자영업자가 체감하는 냉방비 부담은 훨씬 더 크다. 특히 정부는 만성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24시간 매장을 운영하는 편의점의 경우 심야 영업을 포기하는 점주가 계속 늘고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에 더해 전기료도 계속 올라 24시간 영업이 큰 부담이 되는 것이다. 편의점 ‘GS25’의 지난달 심야(자정∼오전 6시) 미영업 점포 비율은 21.1%로 2년 전 19.2%보다 1.9%포인트 증가했다. 심야 영업 여부를 점주 자율에 맡기는 '이마트24'의 경우 전체 매장 중 80%가 밤에 문을 닫는다.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을 속속 중단하는 바람에 인상분은 고스란히 자영업자의 부담이 되고 있다. GS25는 2019년, CU는 지난해부터 24시간 운영 매장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을 중단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4월 신규 계약 점포부터 전기요금 최대 50% 지원 대신 운영지원금 제공 방식으로 전환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경영난을 호소하는 점주가 늘자 편의점 본사는 에너지 절감 대책을 찾고 있다. CU는 여름철을 앞두고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일부 매장에 완전 밀폐형 냉장고를 도입, 전력 소모량을 63% 줄였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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