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거제관광 ‘효자’ 모노레일 ‘희비’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거제, 민자 유치로 9월께 재개
차량 늘리고 관광 인프라 확충
‘전면 재시공’ 통영은 운행 미정

거제모노레일 새 차량 디자인(왼쪽)과 작년 10월 화재 모습.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제공 거제모노레일 새 차량 디자인(왼쪽)과 작년 10월 화재 모습.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제공

관광객 유치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다 사고로 멈춰 선 경남 통영과 거제 관광모노레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년도 안 돼 화재 아픔을 딛고 다시 달릴 채비를 마쳐가는 거제와 달리, 통영은 차량 탈선 사고 이후 2년 다 되도록 하세월이다. 애물단지 오명을 벗고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에 따르면 거제관광모노레일이 오는 9월 운행 재개를 목표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거제관광모노레일은 공사가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77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하늘광장에서 계룡산 상부에 있는 옛 미군 통신대까지 왕복 3.54km 노선을 잇는다. 관광형 모노레일로는 국내 최장이다.

2018년 3월 상업 운전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누적 탑승객 65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시너지가 상당해 침체일로였던 주변 관광지와 상권도 모노레일 덕분에 살아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작년 10월, 한밤중 발생한 화재 사고 이후 운행이 중단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하부승강장 등 건물 2동이 모두 불에 탔고 모노레일 차량 15대 중 12대가 전소됐다. 당시만 해도 재개장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공사는 그해 12월 ‘모노레일복구TF’까지 구성했지만, 진척은 더뎠다. 피해 규모가 너무 커 열악한 공사 재정으론 신속한 복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3월 한 민간사업자가 투자를 제안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공사는 민자 사업 심의위원회와 이사회 승인, 지난달 제3자 제안공고를 거쳐 최초 제안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를 토대로 모노레일 차량·건축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6월 착공, 9월 준공이 가능하다. 공사는 복구와 함께 시설 개선을 추진한다. 기존 배터리 방식 차량을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바꾸고 차량도 15대에서 25대로 늘린다.

야간 관광 인프라도 확충한다. 모노레일 구간에 한국전쟁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해 탑승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하부 승강장은 대형 LED 전광판과 경관 조형물로 꾸미고 상부 승강장은 고보조명, 미디어아트로 멋을 더한다.

공사 관계자는 “전 공정을 ‘패스트트랙’으로 진행 중”이라며 “재개장하면 거제만의 특색 있는 관광 명소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21년 11월 28일 오후 2시께 통영시 욕지도에서 운행 중인 관광용 모노레일에서 차량이 탈선해 탑승자 8명이 크게 다쳤다. 부산일보DB 2021년 11월 28일 오후 2시께 통영시 욕지도에서 운행 중인 관광용 모노레일에서 차량이 탈선해 탑승자 8명이 크게 다쳤다. 부산일보DB

반면 통영 욕지도 모노레일은 또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욕지 모노레일은 총연장 2km(편도 1km)의 순환식 궤도다. 통영시가 117억 원을 투입해 욕지도 본섬에 설치했다. 2019년 12월 개통해 누적 탑승객 18만 명을 넘어서며 연착륙하는 듯했지만, 2021년 11월 차량이 선로에서 튕겨나가 탑승객 8명이 크게 다치는 대형 사고가 났다.

경찰 조사에다, 책임 소재를 놓고 시공사와 시행사가 갑론을박을 벌이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통영시 자체 안전진단 용역 결과, 운행 재개를 위해선 기초부터 레일까지 전면 재시공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추정 예산은 최소 92억 원. 복구와 철거를 놓고 고민하던 통영시는 비탈 구간 경사를 줄이고 차량을 8인승에서 7인승으로 교체해 하중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계획을 수정, 복구 비용을 60억 원까지 낮췄다.

이를 토대로 지난달 1차 추경에서 47억 원을 우선 확보했다. 나머지는 운영사인 통영관광개발공사가 민간 투자 등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 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금 추세라면 내년 초 착공해 하반기 중 운행을 재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 관계자는 “안전이 최우선이다. 이용자가 100% 안심하고 탈 수 있도록 2중, 3중 안전장치를 갖춰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