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용론'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전면 개편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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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3년 혁신적 조사·연구 성과 미미
금융중심지 이끌 컨트롤타워 거듭나야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출범 3년째를 맞은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의 대대적 쇄신을 요구하는 지역 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당초 부산 동북아 금융 허브 도약의 싱크탱크 역할에 대한 기대로 출발한 진흥원이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존재감과 실효성이 미미해 ‘무용론’마저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진흥원은 출범 후 지금까지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 방안에 대한 혁신적 조사·연구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다. 발전 방안은 고사하고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지역 금융 현안에 대해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제 역할은 못하면서 돈만 까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은 2020년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한 컨트롤타워 겸 싱크탱크 역할을 위해 민관 합동 전문기관으로 출범했다. 부산시 보조금과 한국거래소 등 부산 이전 금융 공기업, 한국해양진흥공사, 부산은행, 기술보증기금의 기부금을 모아 매년 26억 5000만 원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설립 후 조사·연구 실적은 11건에 불과하고 그마저 5건은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자 부랴부랴 올린 거다. 제대로 된 연구 성과물일지 의문이다.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반기마다 개최하는 ‘부산금융중심지포럼’도 시의 정책 반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설립 당시 내걸었던 원대한 목표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글로벌 홍보를 통해 국제 금융기관을 유치하겠다던 계획은 노력의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국내 금융기관 유치에도 존재감이 없는 것이 진흥원의 현주소다. 부산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해 이전 필요성이나 효과에 대해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진흥원의 역할이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진흥원의 목소리는 없다. 부산을 특화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파생 금융상품과 디지털 금융에 대해 연구하고 부산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진흥원의 몫이었다.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과정에도 진흥원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이 차기 원장 모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의아하다. 현 원장 임기 종료에 따른 절차라 하더라도 기관 무용론까지 나온 마당에 원장 선임보다 대대적 조직 개편이 시급해 보이기 때문이다. 절차상 원장 선임을 우선한다 해도 조직을 쇄신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사)금융중심지혁신포럼과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공동성명을 내고 시가 진흥원 부실 운영의 책임을 지고 전면 개편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부산 금융중심지 지정 14년째를 맞았지만 부산은 여전히 금융 변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만들었던 게 진흥원이다. 진흥원이 자체 캐치프레이저처럼 ‘동북아 최고의 특화 금융중심지를 향한 도약’의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도록 조직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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