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김남국의 프로테고 막시마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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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란 제목으로 발표된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해리 포터 현상’이라 불릴 정도로 팬덤을 낳기도 했다. 친척 집에서 아동 학대를 당하는 천덕꾸러기 고아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한 뒤 온갖 어려움을 뚫고 악의 세계를 물리친다는 줄거리다. ‘마법이 시작된다’(Magic begins)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하는 영화로 제작돼 소설에서나 읽던 상상의 마법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판타지에 푹 빠져들기도 했다.

2007년 마지막 권으로 ‘해리 포터’ 일곱 번째 시리즈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에는 선을 대표하는 호그와트와 악을 대표하는 볼드모트 양측 세력 간의 전면전이 벌어진다. 볼드모트의 사주를 받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호그와트 공격을 준비하자, 호그와트 교수진과 기사단은 ‘프로테고 막시마’란 마법으로 강력한 방어막을 친다. 라틴어로 프로테고는 방어, 막시마는 최대란 뜻으로 ‘최대치로 방어한다’라는 주문이다. 이 마법으로 반구형 보호막을 형성한 호그와트는 말 그대로 요새가 되고, 공성전을 펼친다.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마법이 최근 여의도 국회에 실제로 벌어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최고위원이 자신의 SNS에 ‘프로테고 막시마’라는 글을 게재하면서부터다. 거액의 코인 투기 및 거래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최대치로 보호하기 위해 거대 야당의 ‘방탄 국회’와 국회의사당 공성전마저 연상시킨다. 김 의원에게 의문의 눈초리라도 보내는 국민은 ‘죽음을 먹는 자’처럼 느껴질 정도로 위협적이다.

작가 조앤 롤링은 주인공 해리 포터를 “결점도 있고, 충동적인 행동도 하지만 아주 고귀한 성품을 지녔고, 대단히 용감한 사람, 완벽하지는 않으나 옳은 일을 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또, 소설에서 지향하는 가치로 ‘사랑, 겸손, 명예, 신의, 배려, 용기, 희생’이라고 규정했다. 강성 팬덤 정치가 아무리 만연해도 정치인이 지켜야 할 마지막 덕목은 국민에 대한 신의, 용기, 배려, 겸손이지 않을까. 해리 포터가 다녔던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덤블도어 교장은 “문제는 인간들이란 꼭 자신에게 이롭지 못한 것을 선택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라고 말한다. 국민이 정치권에 프로테고 막시마가 아니라 ‘귀 비틀기 저주’(Ear-Shrivelling Curse) 마법을 걸지는 않을지 매우 염려스럽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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