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구병 환자 3배↑… 맞벌이 부모 ‘발동동’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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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어린이 의심환자 급증
일주일 가량 치료에 돌봄 부담
독감도 초등생 중심 확산 평년 5배

수족구병. 부산일보DB 수족구병. 부산일보DB

영유아와 초등학생 사이에서 수족구병과 독감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수족구병은 지난 한 달 새 의심환자가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가파르다. 두 질병 모두 전파 우려가 큰 탓에 어린이가 등원·등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맞벌이 부모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직장인 정 모(40·동래구) 씨는 첫째가 수족구병 진단을 받아 나흘째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탓에 둘째에게도 옮길까 봐 자녀들을 격리하고 있다. 두 아이를 모두 집에서 돌봐야 해 아내와 번갈아 가며 휴가를 쓰고 있다. 정 씨는 “수족구병에 걸리면 보통 일주일가량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 맞벌이라서 연차를 쓰는 수밖에 없다”면서 “나아도 병원에서 완치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요즘 소아청소년과는 아침 일찍부터 ‘오픈 런’하지 않으면 진료가 마감되기 일쑤다. 맞벌이 부모에게는 수족구병 유행이 정말 두렵다”고 말했다.

수족구병은 입 안이나 손, 발에 수포성 발진이 나타나는 병이다. 특히 영유아 사이에서 흔히 발병한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옮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어린이집 등에서는 수족구병에 걸릴 경우, 일주일가량 등원하지 못하도록 하고, 완치 확인서를 제출해야 다시 등원할 수 있도록 한다.

수족구병은 올봄 영유아 사이에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사이 수족구병 의심 환자 수는 3배가량 늘었다. 올해 15주 차(지난 4월 9~15일)의 수족구병 의사환자분율(외래환자 1000명당 의심환자 수)은 4.0명 수준이었는데, 19주 차(지난 7~13일)에는 13.8명으로 3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독감(인플루엔자)도 유행이다. 인플루엔자는 겨울철에 유행하다 통상 기온이 높아지는 봄철에는 환자가 줄어들지만 올해는 유행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체 연령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은 3주째 23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2~23년 절기 인플루엔자 유행기준이 4.9명인 점을 감안하면 유행 수준의 4.7배를 보이는 것이다. 19주 차 인플루엔자 환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7~12세 의사환자분율이 49.2명으로 가장 많다.

독감에 걸리면 역시 학교에 갈 수 없는 만큼 맞벌이 학부모의 돌봄 부담이 커진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박 모(43·금정구) 씨는 “평소 어머니가 아이를 봐주는데 면역력이 약해 오지 말라고 했다. 아이가 열이 나 학교를 못 가는 동안 회사에 휴가를 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 완화에 따라 실내 마스크를 해제한 이후 각종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다. 아이사랑병원 배원진 원장은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한 이후 이전에는 계절성으로 나타나던 각종 바이러스가 계절에 상관없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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