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의 귀환…나비의 항적 속에 놓은 두 번째 시집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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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정시그룹 이병구 시인
시집 ‘바다로 간 나비’ 출간

이병구 시인. 서정시학 제공 이병구 시인. 서정시학 제공

<바다로 간 나비>. 서정시학 제공 <바다로 간 나비>. 서정시학 제공

그가 귀환했다. 부산의 이병구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바다로 간 나비>(서정시학)를 출간한 것이다. 1992년 첫 번째 시집 <어느 겨울에 온 새> 이후 31년 만에 다시 시집을 묶은 것이다. 1947년 경남 진주 출생인 그는 부산대 의대 시절에 ‘회귀선’ 동인을 했다. 부산에는 ‘회귀선’ 출신 문인이 대여섯 명에 이르며 여러 몫을 하고 있다. 이 시인은 1989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1990년 출발한 ‘신서정시그룹’의 일원으로 시를 썼으며 2000년대 이후까지 문단 활동을 했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시집을 묶게 됐을까. ‘바다로 간 나비’란 제목에 기댈 때, 수심을 모르는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산 남구 용호동에서 내과의사를 하고 있는 그는 “생업인 의사 일에 집중했다”고 했다. 바다는 뭔가. 시집에 실린 11편의 ‘바다변주곡’에서 그의 바다는 삶의 풍랑이 거친 바다다. 그 풍랑 위를 나비로 날고 있었다는 소리다. ‘수평선 너머, 망망대해/삶과 죽음이 한데 어우러져/말씀으로 부활하는 바다를/두 팔로 껴안아/만월로 떠오르는 섬’. 막막한 바다를 날다가 ‘한(恨)의 소실점’ 같은 섬을 만나 이제 두 번째 시집을 냈다는 것일까.

시집에는 바다와 함께 산, 6편의 ‘지리산 가는 길’ 연작이 있다. 지리산은 ‘유년의 기억으로 설레’는 ‘갈수록 진면목을 드러내는/넉넉한 산의 품 안’이다. 고향이요, 자연이라는 말이다. 지리산을 가면서 그는 ‘반가사유상으로 걸터앉은 산들’을 마주하고 ‘그 무심을 바라본다’고 적었다.

바다와 산 사이에 나비가 날아가고 있고, 새끼 꼬듯 날아가는 나비의 항적 속에서 그의 두 번째 시집이 놓여 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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