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에는 합의…규모·방식은 진통 예상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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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의협 10차례 현안 회의 끝에
‘인력 확충’ 합의…규모·방식은 미정
의협 “공공의대 신설은 절대 반대”

지난달 24일 열린 제9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열린 제9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사 인력 확충 방안에 뜻을 같이하면서 2025년 의대 정원 확대에 탄력이 붙게 됐다. 다만 얼마나, 어떻게 늘릴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의사단체는 공공 의대 등 의대 신설을 통한 인력 확충 논의는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혀, 이와 관련한 진통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8일 제10회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한 의사 인력 확충방안을 논의한다”는데 합의했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는 구체적인 문구가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의사 인력을 확충하는 데는 큰 틀에서 합의를 한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양측은 △미래 의료 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한 필요 인력 수급 추계 △의사 인력 수급 모니터링 등 객관적 사후 평가를 통한 정원 재조정 방안 △의사 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개최 등에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특히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이에 대한 내용도 거론됐다. 합의안에는 확충된 의사 인력이 필수·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도록 구체적·종합적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의료 사고에 대한 법률 제정 등으로 법적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전문의 전 단계인 전공의 수련·근무환경 개선 방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지지부진하던 논의가 물꼬를 트면서, 17년 만에 의대 정원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에 머물러있다. 고령화로 인해 만성질환 등 각종 질환이 늘어나면서 의료 수요는 빠르게 늘었으나 의사 공급은 그대로다 보니 의료 공백에 맞닥뜨리게 됐다.

특히 응급·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과 같은 현상이 전국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부터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의협과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의료 현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왔다.

증원 규모나 방식에 대해서는 차후 논의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와 의협은 이달 중 수급 추계를 위한 전문가 포럼을 열 예정이다. 양측의 수급 추계에 상당한 간극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증원 규모를 두고도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방식에 대해서도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에 의사가 부족한 만큼, 지역 의대 위주 혹은 국공립대 위주로 증원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공공의대 등 의대 신설을 통한 의사 충원 방식도 제기되고 있으나, 의협은 이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9일 “각종 부작용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공공의대 등 의대 신설을 통한 인력 확충 논의는 절대 불가하다는 점이 필수적으로 고려되고 전제돼야 함을 복지부에 강조했다”는 내용의 서신문을 회원들에게 발송했다고 전했다.

의대 정원 확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의 선호현상이 이어지는한 이 위기는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의대 교수는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해서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수가 조정 등을 통해 확실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의료 사고 등에 대한 법적인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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