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에 등장한 성체 거북이…정체는?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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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교란종 성체 ‘붉은귀 거북’ 발견
남강 하류에서 상류로 서식지 확대
전문가 “토종생물 서식지 파괴” 우려

경남 진주성에서 발견된 거북이 한 마리. 생태교란종인 ‘붉은귀 거북’으로 확인됐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성에서 발견된 거북이 한 마리. 생태교란종인 ‘붉은귀 거북’으로 확인됐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 진주성에서 뜬금없이 성체 거북이가 발견돼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이 거북이는 우리나라 토종이 아닌 생태교란종 ‘붉은귀 거북’으로 밝혀졌는데, 이들의 서식지가 남강 하류에서 상류로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일 오후 진주성 남강 방면 성벽 아래에서 거북이 한 마리가 기어 다니는 것을 행인들이 발견했다.

등껍질 길이만 20cm가 넘는 성체 거북이로, 쉬지 않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행인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이 거북이의 출현이 마냥 반가운 일 만은 아니다.

남생이나 자라 같은 국내 토종이 아니라 생태교란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붉은귀 거북’이기 때문이다.

붉은귀 거북은 1990년대 애완용으로 국내에 반입된 가장 흔한 거북이 종이다.

눈 뒷부분에 선명한 빨간 줄이 있어 이름 붙여졌는데, 종교적 방생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 곳곳에 방생 되거나 버려졌다.

이렇게 국내 하천에 서식하게 된 붉은귀 거북은 서식지가 겹치는 토종 거북이 남생이 마저 밀어냈다.

수생 식물은 물론, 토종 어류나 곤충, 양서류를 무차별적으로 잡아먹는 잡식성인데다 국내에는 천적도 없다.

이 때문에 먹잇감을 구하지 못한 남생이는 빠르게 개체 수가 줄고 있는 형국이다.

때문에 붉은귀 거북은 최근 하천 생태계 파괴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진주성에서 발견된 ‘붉은귀 거북’은 등껍질만 20cm가 넘는 성체로 확인됐다. 김현우 기자 진주성에서 발견된 ‘붉은귀 거북’은 등껍질만 20cm가 넘는 성체로 확인됐다. 김현우 기자

5월 중하순부터 거북이 산란기가 시작되면서 알을 낳기 위해 물가로 올라오는 경우가 잦아지다 보니 거북이가 사람들 눈에 쉽게 띄고 있는데, 대부분이 붉은귀 거북이다.

실제 진주에서도 남강 하류 쪽이나 인근 저수지 등에서 자주 목격되는데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퇴치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류에, 그것도 절벽 위에 있는 진주성에서 성체 붉은귀 거북이 발견된 것이다.

한 행인은 “강가에서 10m 높이에 있는 성벽 아래서 거북이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야생에서 이렇게 큰 거북이는 처음 봤는데 발톱이 정말 날카로웠다. 살짝 들어봤는데 무게도 굉장히 무거운 편이었다”고 말했다.

진주성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진주성에서 수십 년을 일했지만 붉은귀 거북이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며 “남강의 환경이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는 게 실감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붉은귀 거북의 서식 환경이 남강 상류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현우 기자 전문가들은 붉은귀 거북의 서식 환경이 남강 상류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현우 기자

전문가들은 붉은귀 거북의 활동반경이 넓어질수록 토종 동식물이 설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규 한국쏘가리연구소장은 “붉은귀 거북의 경우 최근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났다. 환경만 맞으면 번식률이 워낙 좋아서 제어하기가 힘들다. 최근 남강 등 붉은귀 거북이 많은 하천에서는 토종어류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현재로선 사람이 잡을 수밖에 없는데 좀 더 적극적인 퇴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포획된 붉은귀 거북은 안락사 이후 폐기물 처리됐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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